타이베이를 세 번 넘게 다녀온 뒤에야 처음으로 대만대학교 캠퍼스를 걸었습니다. 중정기념당도, 지우펀도 이미 가본 뒤였기 때문입니다. 그날 줄을 서서 산 누가크래커와 단숨에 비워버린 버블티, 그리고 비에 젖은 보장암 골목이 오히려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 남은 기억이 됐습니다.오픈 한 시간 전부터 줄을 서야 했던 이유여행에서 맛집을 위해 오픈런을 한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타이베이에서 처음으로 오픈런을 해봤답니다. 목적지는 미미크래커였는데, 도착하고 보니 오픈까지 한 시간이 넘게 남았는데도 이미 긴 줄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솔직히 도대체 다들 몇 시에 온 건지 지금도 미스터리입니다.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나도 질 수 없지!!!! ㅎㅎㅎ 한참을 기다린 끝에 결국 누가크래커를 10통이..
대만 예류지질공원은 저도 두 번 다녀왔습니다. 솔직히 처음 갔을 때와 두 번째는 느낌이 꽤 달랐습니다. 지우펀은 그보다 더 많이 갔는데, 갈 때마다 취두부 냄새에 당하면서도 이상하게 매번 다시 찾게 되더라고요. 같은 장소를 여러 번 가봐야 진짜 그 곳이 보인다는 말, 저는 이 두 곳에서 실감했습니다.예류지질공원, 두 번 가봐야 알 수 있는 것바닷가에 버섯이나 거북이처럼 생긴 바위가 수십 개씩 늘어서 있다면 얼마나 신기할까? 처음 예류에 도착했을 때 저는 좀 충격이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택시를 타고 갔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어떻게 자연이 저런 모양을 만들지?" 하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예류지질공원의 독특한 지형은 파도와 해풍이 암석을 오랜 시간에 걸쳐 깎아내는 침식 작용과, 지각운동, 풍화 ..
솔직히 말하면, 타이루거 협곡은 사진으로 볼 때와 실제로 발을 들였을 때의 온도 차가 가장 컸던 여행지였습니다. 바두역에서 기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협곡 입구에서 제가 처음 든 생각은 딱 한 마디였습니다. "와, 크다." 그런데 2024년 4월 지진 뉴스를 보고 나서, 오래된 사진 폴더를 다시 열었을 때는 그 감탄사보다 먼저 "거기 괜찮을까"라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바두역에서 화롄까지, 예상 밖의 출발타이베이 시내 관광을 마친 다음 날, 저는 바두역(八堵車站)에서 화롄행 기차를 탔습니다. 처음 역을 보자마자 "여기서 진짜 기차를 타는 게 맞나?"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시골 간이역 같은 소박한 외관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역사 안 시간표를 보니 화롄은 물론이고 타이둥, 가오슝까지 꽤 다양한 노선이..
박물관 하나를 제대로 보려면 며칠이 필요하다면 믿어지시나요? 저는 처음 타이베이 고궁박물원에 갔다가 그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중정기념당 의장대 교대식부터 용산사, 시먼딩, 타이베이 101 야경까지 하루에 다 돌아본 첫 타이베이 여행. 지금 생각해도 꽤 무모하게 열심히 움직였던 하루였습니다.중정기념당, 기대와 달랐던 교대식타이베이 처음이라면 다들 가본다길래, 저도 별 고민 없이 첫 목적지로 잡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뭐였는지 아십니까? "우리나라 광화문 수문장 교대식이랑 다르네."였습니다.중정기념당(中正紀念堂)은 대만의 초대 총통 장제스를 기리기 위해 1980년에 세워진 국가기념시설입니다. 넓은 민주광장과 파란 지붕의 웅장한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계단을 올라가면 거대한 ..
별 기대 없이 떠난 여행이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면산 마지막 날, 저는 도교 사원 대라궁부터 마애불 몽산대불, 그리고 산시성의 전통 식초 노진초까지 하루에 모두 만났습니다. 계획 없이 따라간 일정이었는데, 돌아오고 나서도 장면 하나하나가 자꾸 떠오르는 날이었습니다.절벽 위에 층층이 올라선 도교 사원, 대라궁전날 서현곡 협곡을 두 손 두 발 다 써가며 내려온 터라, 솔직히 이날은 그냥 쉬엄쉬엄 보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면산은 마지막까지 제 예상을 빗나갔습니다.대라궁(大罗宫)은 면산을 대표하는 도교 건축군입니다. 도교 사당은 불교 사찰과 배치 방식이 다르고, 모시는 신격도 전혀 달랐습니다. 대라궁에는 삼청전(三清殿), 두모전(斗母殿), 성숙전, 약왕전, 삼관전, 육십원진전 등 ..
솔직히 말하면, 그날 서현곡에 들어간 건 제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언니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고 저는 그냥 따라갔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선택이 면산 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강렬한 기억이 됐습니다. 오후 내내 걸은 개공령 숲길부터 절벽 협곡인 서현곡, 그리고 정과사의 포골진신상과 영응탑까지, 면산의 진짜 깊이를 몸으로 느낀 하루였습니다. 개공령 숲길과 서현곡, 무서움과 아름다움 사이오후 일정은 개자추를 기리는 개공령(介公岭)으로 시작됐습니다. 개공령은 춘추시대 진나라의 충신 개자추를 기념해 면산에 조성된 구역으로, 그와 관련된 유적과 사당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오전에 봤던 절벽과 사찰의 웅장함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계곡물이 흐르고, 크고 작은 폭포가 이어졌습니다.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