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기대 없이 떠난 여행이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면산 마지막 날, 저는 도교 사원 대라궁부터 마애불 몽산대불, 그리고 산시성의 전통 식초 노진초까지 하루에 모두 만났습니다. 계획 없이 따라간 일정이었는데, 돌아오고 나서도 장면 하나하나가 자꾸 떠오르는 날이었습니다.절벽 위에 층층이 올라선 도교 사원, 대라궁전날 서현곡 협곡을 두 손 두 발 다 써가며 내려온 터라, 솔직히 이날은 그냥 쉬엄쉬엄 보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면산은 마지막까지 제 예상을 빗나갔습니다.대라궁(大罗宫)은 면산을 대표하는 도교 건축군입니다. 도교 사당은 불교 사찰과 배치 방식이 다르고, 모시는 신격도 전혀 달랐습니다. 대라궁에는 삼청전(三清殿), 두모전(斗母殿), 성숙전, 약왕전, 삼관전, 육십원진전 등 ..
솔직히 말하면, 그날 서현곡에 들어간 건 제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언니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고 저는 그냥 따라갔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선택이 면산 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강렬한 기억이 됐습니다. 오후 내내 걸은 개공령 숲길부터 절벽 협곡인 서현곡, 그리고 정과사의 포골진신상과 영응탑까지, 면산의 진짜 깊이를 몸으로 느낀 하루였습니다. 개공령 숲길과 서현곡, 무서움과 아름다움 사이오후 일정은 개자추를 기리는 개공령(介公岭)으로 시작됐습니다. 개공령은 춘추시대 진나라의 충신 개자추를 기념해 면산에 조성된 구역으로, 그와 관련된 유적과 사당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오전에 봤던 절벽과 사찰의 웅장함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계곡물이 흐르고, 크고 작은 폭포가 이어졌습니다.가는 길..
포복암(抱腹岩)의 규모는 높이 60m, 길이 180m, 깊이 50m입니다. 숫자로 읽을 때는 그냥 넘어갔는데, 실제로 그 아래 서서 올려다보는 순간 말이 안 나왔습니다. 면산은 사진으로 보는 산과 직접 들어가 보는 산이 완전히 다른 곳이었습니다.왕가대원, 집이라기보단 요새왕가대원(王家大院)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잘 꾸며진 오래된 저택 정도를 생각했습니다. 중국 부잣집을 관광하는 코스라고만 여겼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서 그 생각은 바로 바뀌었습니다.성벽처럼 높게 올라간 담장, 그 안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건물과 마당, 그리고 성벽과 연결된 아치형 돌다리. 멀리서 바라보면 주거단지라기보다 소규모 성곽에 가까운 인상을 줍니다.왕가대원은 청나라 시기 진상(晉商)으로 크게 성공한 왕 씨 가문이 여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