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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복암(抱腹岩)의 규모는 높이 60m, 길이 180m, 깊이 50m입니다. 숫자로 읽을 때는 그냥 넘어갔는데, 실제로 그 아래 서서 올려다보는 순간 말이 안 나왔습니다. 면산은 사진으로 보는 산과 직접 들어가 보는 산이 완전히 다른 곳이었습니다.
왕가대원, 집이라기보단 요새
왕가대원(王家大院)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잘 꾸며진 오래된 저택 정도를 생각했습니다. 중국 부잣집을 관광하는 코스라고만 여겼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서 그 생각은 바로 바뀌었습니다.
성벽처럼 높게 올라간 담장, 그 안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건물과 마당, 그리고 성벽과 연결된 아치형 돌다리. 멀리서 바라보면 주거단지라기보다 소규모 성곽에 가까운 인상을 줍니다.
왕가대원은 청나라 시기 진상(晉商)으로 크게 성공한 왕 씨 가문이 여러 세대에 걸쳐 조성한 대규모 합원식(合院式) 주거단지입니다. 명·청 시기 중국 상권의 상당 부분을 장악했던 세력을 진상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왕가대원은 그 경제력이 건축으로 구현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마당을 지날 때마다 또 다른 마당이 나왔습니다. 건물이 끝났나 싶으면 다시 건물이 나타났습니다. 제가 직접 걸어보니 규모가 워낙 커서 중간부터는 어디까지 왔는지 가늠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다만 한 가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합원식 구조 특성상 마당과 건물의 형태가 반복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역사나 건축에 관심이 깊은 분이라면 세부 구조를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후반부에 다소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 진상(晉商) 왕씨 가문이 수 세대에 걸쳐 조성한 합원식 주거 복합단지
- 성벽과 아치형 돌다리가 결합된 구조로 요새에 가까운 외관
- 규모는 충분히 놀랍지만, 반복적인 마당 구조로 후반부 피로도 있음
운봉사, 절벽이 사찰을 통째로 품고 있었습니다
면산 풍경구(綿山風景區)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입구 건물부터 박물관처럼 웅장했고, 차를 타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절벽과 계곡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고개를 들면 산이고 아래를 보면 깊은 골짜기였습니다.
오전에 둘러본 핵심은 운봉사(云峰寺)였습니다. 운봉사는 포복암(抱腹岩)이라는 거대한 자연 암굴 안에 자리한 불교 사찰입니다. 포복암이란 두 팔로 배를 감싸 안은 것처럼 안쪽이 오목하게 들어간 형태의 바위 절벽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그 규모가 높이 약 60m, 길이 약 180m, 깊이 약 50m에 달한다고 합니다(출처: 산시성 관광청).
멀리서 봤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저기에 어떻게 건물을 지었지?" 산 아래에 사찰을 세운 것이 아니라 절벽이 움푹 들어간 공간 안으로 건물 전체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절벽이 사찰을 감싸고 있는 구조라고 해야 정확합니다.
제가 직접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숫자로만 읽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건물이 작아 보이는 게 아니라, 그것을 감싼 자연이 너무 커서 건물조차 작아 보이는 감각이었습니다. 사람이 만든 건축물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얼마나 작아지는지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운봉사 주변에는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잔도(棧道)도 있습니다. 잔도란 험준한 절벽이나 산허리에 나무나 돌을 박아 만든 좁은 통행로를 가리킵니다. 걸으면서 아래를 슬쩍 내려다봤다가 바로 후회했습니다. 괜히 봤다 싶었지만 그러면서도 계속 걸었습니다. 무서운데 재미있는 이상한 기분이었습니다.
면산의 산세, 사진으로는 절반도 안 담깁니다
면산을 가기 전에 사진을 꽤 찾아봤습니다. 절벽에 사찰이 붙어 있는 장면이 인상적이어서 그것만 보고 오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들어가 보니 면산은 그 사진 한 장으로 설명될 수 있는 산이 아니었습니다.
제 경험상 면산의 산세는 웅장함과 수려함이 동시에 있는 드문 경우였습니다. 깎아지른 절벽이 있으면서도 그 사이로 깊은 계곡이 나오고, 겹겹이 이어지는 봉우리 너머로 다시 산이 이어졌습니다.
면산 풍경구는 중국 산시성 진중(晉中) 지역에 위치하며, 핵심 구역만 해도 개자추(介子推)와 관련한 역사 유적, 불교 사찰군, 자연 협곡 등이 포함된 복합 관광지입니다(출처: 면산풍경구 공식). 하루에 전부 둘러보기 어려울 만큼 범위가 넓습니다.
걷다 보면 자꾸 멈추게 됩니다. 어느 지점에서는 거대한 바위산이 눈앞을 막고, 조금 이동하면 계곡이 펼쳐지고, 다시 산허리를 따라 나 있는 길에서는 먼 봉우리가 보였습니다. 제가 서 있는 절벽 하나가 전부가 아니라 그 너머로 산이 계속 이어진다는 감각, 그게 면산을 특별하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하게 새로 단장한 사찰보다 빛바랜 지붕이 남아 있는 건물이 오히려 주변 절벽과 잘 어울렸습니다. 사람이 만든 것은 이렇게 작아 보이는데, 그 작은 건물이 수백 년 동안 이 산과 함께 자리를 지켜왔다는 사실이 묘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운봉서원, 절벽을 바라보며
오전 내내 운봉사와 잔도를 걷고 나서 체크인한 숙소가 운봉서원(云峰墅苑)이었습니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그냥 산속 펜션 정도를 상상했는데, 도착해서 위치를 확인하는 순간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운봉서원은 면산 풍경구 중부의 운봉사 구역, 포복암 절벽을 따라 자리한 숙박시설입니다. 절벽 바로 옆에 지어진 구조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객실층으로 이동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곳에 숙소를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습니다. 이곳은 특히 외국인은 예약이 아주 힘든 곳이라고 가이드가 강조해 말했습니다. 100% 믿지는 않았지만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호텔 자체로 하나의 관광지였으니까요.
저는 혼자 여행을 신청했기 때문에 싱글차지를 내고 방을 단독으로 사용했습니다. 방에 들어가서 창문을 여는 순간, 운이 좋았다는 걸 바로 알았습니다. 창밖으로 포복암 절벽과 그 아래의 사찰이 정면으로 보였습니다. 다른 일행에게 물어보니 그 풍경이 모든 방에서 보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혼자 방을 쓰면서 돈을 더 냈는데 방 하나는 제대로 걸렸다 싶었습니다. 객실 시설이 어떠했는지는 솔직히 이제 잘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최신식 특급 호텔 수준의 인테리어를 기대하고 간 것이 아니니 그 부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창밖의 거대한 절벽과 그 위에 자리한 사찰을 바라보며 하룻밤을 보낸다는 경험 자체가 그 어떤 시설보다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핑야오에서는 고성 안 사합원(四合院)에서 자고, 면산에서는 절벽 아래에서 잠들었습니다. 사합원이란 중국 전통 건축 양식으로, 중정(中庭)을 사방의 건물이 둘러싸는 형태의 주거공간을 말합니다. 이번 여행은 숙소까지 여행의 일부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왕가대원이랑 면산을 하루에 같이 볼 수 있나요?
A. 패키지 일정 기준으로는 오전에 왕가대원을 둘러보고 오후에 면산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면산 자체가 워낙 넓어서 면산 안에서도 하루를 꽉 채우게 됩니다. 두 곳을 모두 여유 있게 보려면 면산은 1박 이상 잡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Q. 운봉사 잔도는 고소공포증이 있어도 걸을 수 있나요?
A. 제 경험상 잔도 구간은 폭이 좁고 아래가 훤히 보이는 구간이 있어서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이라면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아래를 내려다봤다가 바로 후회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절벽 위 협곡 구간까지 들어가는 오후 일정은 체력과 담력 모두 필요하니 본인 상태에 맞게 동선을 조절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운봉서원은 어떤 분들한테 맞는 숙소인가요?
A. 최신 호텔의 쾌적한 시설을 기대하는 분보다는, 면산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절벽 풍경을 온전히 즐기고 싶은 분께 맞습니다. 창밖 풍경이 방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예약 시 뷰를 미리 확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면산 풍경구 내부에 위치해 아침 일찍 주변을 산책하기 좋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Q. 면산은 어느 계절에 가는 게 좋은가요?
A. 산시성의 기후 특성상 여름은 무덥고 겨울은 상당히 춥습니다. 봄과 가을이 걷기에 가장 좋은 시기로 알려져 있으며, 절벽과 단풍이 함께 보이는 가을이 특히 풍경이 수려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다만 성수기에는 풍경구 내부 이동이 혼잡할 수 있으니 평일 방문을 고려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왕가대원에서 시작해 면산 운봉사를 걷고 운봉서원에서 하룻밤을 보낸 이 하루는 지금도 꽤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왕가대원은 한 가문의 경제력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었고, 면산은 사진으로 예상한 것과 실제가 가장 크게 달랐던 여행지였습니다.
면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절벽 사찰 사진 몇 장만 보고 판단하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포복암과 운봉사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하지만, 면산의 진짜 크기는 그 안을 직접 걸어봐야 느낄 수 있습니다. 오전에 잔도를 무서워했던 저도 오후 협곡을 내려오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으니까요. 면산을 가신다면 최소 하루, 가능하면 1박 2일 일정을 잡으시는 게 후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참고: 출처: 산시성 관광청 / 출처: 면산풍경구 공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