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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제가 짠 일정은 실현 불가능한 일정이었습니다. 사진 찍다 보면 두 배는 걸리는 이동 시간, 거기서 뭔가 먹고 싶어지는 충동까지 더하면 빡빡하게 짠 계획표는 그냥 종이가 됩니다. 한국인 무비자 혜택으로 훨씬 편해진 상하이, 일행 모두 중국어가 되는 덕에 부담 없이 다녀온 2박 3일의 실제 동선을 날짜별로 정리했습니다.

1일 차: 난징루 산책부터 와이탄 야경까지
홍차오공항에 오후 늦게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던지고 나오니 이미 늦은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첫 식사는 상하이 라오라오에서 해결했고, 잠깐 쉬었다가 난징루로 나갔습니다. 이미 상하이를 와 본 적이 있는 일행이라 예원, 동방명주, 상하이 타워 같은 랜드마크는 처음부터 일정에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걷고, 먹고, 구경하는 데 집중하자는 분위기였습니다.
난징루 보행자 전용 거리, 즉 보행가(步行街)라고 부르는 이 구간은 상점과 노점이 빼곡해서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금방 갑니다. M&M's 대형 매장에도 들어가 보고, 샤오바이투 캐릭터 가게도 구경했습니다. 그러다 길거리 오징어 꼬치와 망고를 샀는데, 그 망고가 예상 밖으로 엄청나게 달고 맛있었습니다. 이런 게 여행의 묘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세계 백화점 지하에 있는 릴리안 타르트에서 오리지널, 캐러멜, 두리안 맛을 샀습니다. 에그타르트(蛋撻) — 달걀 커스터드를 채운 파이 껍질 타르트로, 홍콩과 마카오를 거쳐 중국 전역에서 사랑받는 간식입니다. 세 가지를 다 먹어봤는데 역시 오리지널이 제일이었습니다. 중국에서는 다른 가게 음식을 들고 매장에 들어가도 눈치를 주지 않아서, 스타벅스에 자리 잡고 타르트와 커피를 같이 먹으니 꿀맛이었습니다.
저녁은 와이탄 야경이 목적이었습니다. 원래 걸어갈 계획이었는데 시간도 부족하고 체력도 한계에 달해서 디디(滴滴) — 중국판 카카오택시와 유사한 차량 호출 앱입니다 — 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GPS가 제대로 작동이 안 됐는지 기사가 호출 위치를 못 잡았고, 20분 가까이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전화 통화도 안 돼서 문자로 겨우 위치를 맞췄습니다. 이 일 이후로는 택시를 호출할 때마다 위치를 두 번씩 확인하게 됐습니다.
야경은 리젠트 상하이 호텔의 콘데 바에 예약을 잡았습니다. 고층 전망대가 아니라 5층 높이 정도였는데, 오히려 그게 더 좋았습니다. 너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다 작아 보이는데, 여기서는 와이탄의 근대 건축물들이 눈앞에 가깝게 보였습니다. 주말이라 라이브 공연도 하고 있었고, 날씨도 맑아서 야경이 정말 끝내줬습니다. 힘들게 예약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야경 자체는 따로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돌아올 때는 외백교(外白渡橋)를 건너 밤 산책을 하면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외백교란 1907년에 완공된 상하이의 철제 다리로, 쑤저우 강과 황포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역사적인 명소입니다. 첫날부터 꽤 많이 걸었지만 야경 덕분인지 지치는 줄도 몰랐습니다.
2일차 오전: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에서 한 시간
둘째 날 아침은 중국 현지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지엔빙(煎餅) — 밀가루 반죽을 얇게 부쳐 달걀, 파, 소스를 넣어 싸 먹는 중국식 크레페입니다 — 을 비롯해 훈툰(馄饨), 떠우장(豆浆), 셩지엔(生煎)까지 이것저것 맛봤습니다. 아침부터 이렇게 먹으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Reserve Roastery) — 일반 스타벅스와 달리 스페셜티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며, 전 세계 몇 곳에만 있는 플래그십 매장입니다 — 상하이점은 난징서로에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가장 많은 시간을 쓴 건 커피 마시는 데가 아니라 사진 찍는 데였습니다. 막내가 미리 준비해 온 토퍼를 들고, 건너편의 스타벅스와 루이뷔통 배를 배경으로 한 시간은 찍은 것 같습니다. 어쩐 일로 사람이 거의 없어서 마음 놓고 찍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 계획을 짤 때 이런 변수는 전혀 고려 안 했는데, 이런 게 여행이죠.
커피는 이 매장에서만 파는 '노스탤지어(Nostalgia)'를 마셨습니다. 메뉴 이름처럼 뭔가 묘하게 기억에 남는 맛이었습니다. 일반 스타벅스와는 확실히 결이 달랐습니다.
-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상하이점은 난징서로 789번지에 위치, 연중무휴 운영
- 건물 맞은편 루이비통 아트 배 조형물이 포토스팟으로 유명
- 노스탤지어 등 상하이점 한정 시그니처 음료 별도 운영
- 입장은 무료지만 주말·성수기에는 대기가 생길 수 있음
2일차 오후: 우캉 맨션, 우요우시엔, 티엔즈팡
로스터리에서 우캉제(武康路)로 이동했습니다. 우캉 맨션(武康大楼) — 1924년에 지어진 프랑스 조계지 시대의 아파트 건물로, 뱃머리 모양의 외관이 특징인 상하이의 대표 근대 건축물입니다 —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건너편에서 배경으로 찍는 게 포인트입니다. 사진 한 장 찍고 얼른 이동했습니다.
우캉 맨션 1층에는 소품 가게와 서점이 있어서 안을 천천히 둘러봤습니다. 난징루나 와이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번화함보다 차분함이 있는 거리였고, 이런 골목길을 걷는 시간이 저는 유명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보다 더 좋았습니다.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 —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에서 발행하는 레스토랑 평가 안내서로, 별점 1~3개로 음식점의 품질을 인증합니다 — 에 등재된 우요우시엔(屋有鲜)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기대를 하고 간 만큼 만족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점심 후에는 티엔즈팡(田子坊)으로 이동했습니다. 좁은 골목 사이로 상점이 빼곡한 구조인데, 저희는 이날 체력이 이미 상당히 소진된 상태라 가볍게 구경만 하고 나왔습니다. 저녁은 호텔 근처 현지 식당에 아무 기대 없이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이 식당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 중 하나가 됐습니다. 큰 기대 없이 들어간 데서 이런 경험을 하는 게 여행에서 제일 짜릿한 순간입니다.
저녁 후에는 따룬파(大润发) 마트에 들렀습니다. 따룬파란 중국 전역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으로, 현지인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생활 밀착형 마트입니다. 각자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걸 담다 보니 카트가 금방 찼습니다. 마트까지 보고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헌지우이치엔(很久以前) 양꼬치 가게에 들러 마무리했습니다. 둘째 날 일정을 다 적고 보니 정말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3일차: 따후춘 아침부터 낮의 와이탄, 그리고 귀국
마지막 날 아침은 따후춘(大壺春)에서 시작했습니다. 호텔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 이동 부담이 없었습니다. 따후춘은 상하이식 생전 만두인 셩지엔(生煎)으로 유명한 노포로, 1932년에 창업한 곳입니다(출처: TripAdvisor 상하이 맛집 정보). 바삭한 바닥과 육즙이 터지는 속이 이른 아침에도 잘 들어갔습니다.
아침 후에는 다시 와이탄으로 나갔습니다. 첫날밤에 봤던 그 장소인데, 낮에 보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야경은 조명과 화려함이었다면, 낮의 와이탄은 건축물이 주인공이었습니다. 황포강 서쪽 제방을 따라 늘어선 52개의 근대 건축물들 — 신고전주의, 아르데코, 바로크 양식이 혼재한 이 일대는 유네스코에서도 주목하는 세계적인 건축 유산 지구입니다(출처: 상하이시 공식 관광 안내) — 이 햇빛 아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습니다.
와이탄에서 Manner Coffee까지 걸어갔습니다. 매너커피(Manner Coffee) — 중국 현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합리적인 가격에 퀄리티 있는 커피를 제공해 중국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에서 또 한참 수다를 떨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런 게 이번 여행의 패턴이었습니다. 어딜 가든 사진, 수다, 또 사진.
마지막 식사는 SMP타워 지하에서 훠궈(火鍋)로 먹었습니다. 훠궈란 육수를 펄펄 끓이는 냄비에 고기, 채소, 두부 등을 직접 익혀 먹는 중국식 샤부샤부입니다. 상하이에서의 마지막 한 끼를 든든하게 채우고 호텔로 돌아와 체크아웃, 그리고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하이 2박3일이면 주요 관광지 다 돌 수 있나요?
A. 솔직히 말하면 다 돌기는 어렵습니다. 저희도 처음부터 예원, 동방명주, 상하이 타워는 일정에서 뺐습니다. 사진 찍고 밥 먹고 걷다 보면 이동 시간이 두 배는 걸립니다. 하루에 지역 하나를 중심으로 잡고 주변을 여유롭게 보는 방식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Q. 상하이 와이탄 야경, 전망대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요?
A. 저희는 리젠트 호텔의 콘데 바를 예약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고층 전망대처럼 내려다보는 게 아니라 5층 정도 높이에서 건물들이 눈앞에 가깝게 보이는 구조입니다. 주말에는 라이브 공연도 있어서 분위기가 좋습니다. 다만 인기가 많아 사전 예약하고 가시길 권합니다.
Q. 상하이에서 디디(滴滴) 쓸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A.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GPS 오류로 기사가 호출 위치를 못 잡는 경우가 생깁니다. 전화 통화가 안 되면 문자로 소통해야 하는데, 중국어가 안 된다면 더 난감합니다. 호출 후 출발 전에 문자나 채팅으로 위치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Q. 한국인 상하이 무비자 입국, 실제로 얼마나 편한가요?
A.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으니 출발 전 준비 부담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느낀 가장 큰 차이는 '그냥 가자'가 되는 심리적 여유였습니다. 공항에서 별도 심사 없이 입국하니 동선도 간단했습니다. 단, 무비자 체류 가능 일수를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돌아보면 제가 짠 일정표는 처음부터 빡빡했고, 실제 여행은 그 계획을 한참 벗어났습니다. 그런데 정작 기억에 남는 건 그 벗어난 순간들입니다. 스타벅스 맞은편에서 한 시간을 보낸 것, 아무 기대 없이 들어간 현지 식당에서 놀라버린 것, 길에서 산 망고가 그렇게 달았던 것.
우리가 어딜 봤다는 것보다 같이 상하이에 왔다는 사실이 이번 여행에서는 더 컸습니다. 2박 3일은 짧지만, 하루에 지역 하나를 잡고 걷고 먹고 구경하는 식으로 움직이면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상하이를 처음 간다면 예원이나 동방명주도 물론 좋지만, 저는 우캉제 골목과 와이탄 밤 산책을 먼저 권하고 싶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숙박, 야경 예약 후기 등을 더 자세히 올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