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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상하이에서 카페 투어를 제대로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밥만 잘 먹으면 됐지, 커피는 그냥 따라가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2박 3일이 끝나고 나서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면 세 개가 모두 카페와 디저트 얘기였습니다. 릴리안 에그타르트,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그리고 동방명주가 통창으로 보이는 Manner Coffee. 먹을 때는 그냥 맛있었는데, 돌아오고 나니 그 순간들이 유독 오래 남았습니다.
릴리안 에그타르트, 한국에 가져오지 못한 게 아직도 아쉽습니다
상하이 가기 전부터 릴리안 에그타르트는 목록 맨 위에 있었습니다. 출국 전에 여러 후기를 읽으면서 "이 디저트는 꼭 먹어야 한다"라고 마음을 굳혔는데, 막상 현지에서는 일정이 빠듯해 먹고 싶었던 디저트 대부분을 놓쳤습니다. 그나마 에그타르트만큼은 신세계 지하에서 발견해 세트 두 개, 총 12개를 사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는데, 오리지널은 정말 예상 밖이었습니다. 겉 반죽이 얇고 층층이 겹쳐진 패스트리(Pastry) 구조라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하게 부서지고, 그 안에 달걀 커스터드(Custard) 필링이 부드럽게 채워져 있습니다. 여기서 커스터드란 달걀과 우유를 크림 상태로 조리한 속 재료를 뜻하는데, 릴리안의 커스터드는 과하게 달지 않고 달걀 본연의 고소함이 살아 있었습니다. 캐러멜 맛은 조금 느끼하게 느껴졌고, 두리안은 제가 시도하지 않았지만 함께 간 친구들은 생각보다 향이 강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먹으면서 계속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얼려서 한국에 가져가면 안 되나?" 일정이 맞았다면 진심으로 시도해봤을 것 같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도 이게 아쉬울 정도면, 그 맛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다음에 상하이에 간다면 오리지널을 두 세트는 더 살 생각입니다.
- 오리지널: 바삭한 패스트리 + 고소한 커스터드 필링,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
- 캐러멜: 단맛이 강해 느끼함이 느껴질 수 있음
- 두리안: 동행 후기 기준 향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고 함
- 신세계 지하 등 주요 쇼핑몰 내에서 구매 가능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커피 한 잔 마시러 갔다가 관광지를 다녀왔습니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Starbucks Reserve Roastery)는 전 세계에 단 여섯 곳뿐인 대형 체험형 매장입니다. 여기서 리저브 로스터리란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생두(Green Bean)를 직접 로스팅하는 전 과정을 고객이 눈으로 볼 수 있게 설계한 복합 플래그십 스토어를 의미합니다. 상하이 위안화루에 위치한 이곳은 그중에서도 규모로는 손꼽히는 곳입니다(출처: Starbucks Reserve 공식 사이트).
제가 직접 들어가 봤더니, 입장하기 전부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건물 외관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길 건너편에서 사진을 찍느라 예상보다 훨씬 오래 서 있었거든요. 안에 들어가서도 볼거리가 끝이 없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생두를 직접 로스팅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고, 로스팅이 끝난 원두가 파이프를 타고 자동으로 이동하고 포장되는 모습도 구경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넓은 카페겠거니 했는데, 실제로는 커피 공장과 전시관을 합쳐놓은 것 같았습니다.
저희가 주문한 것은 이 매장에서만 판매한다는 노스탤지어(Nostalgia)였습니다. 묵직하면서 견과류 특유의 고소함이 남는 커피였는데, 여기서만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맛에 더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기념품으로는 접이식 토트백을 한 사람당 하나씩 샀는데, 접으면 손바닥만 하고 펼치면 제법 큰 실용적인 가방이었습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화장실이 2층 매장 밖에 있고 줄이 꽤 길기 때문에 급해지기 전에 미리 다녀오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을 놓치면 꽤 번거로워집니다.

Manner Coffee, 동방명주가 보이는 통창 앞에서 마신 커피
Manner Coffee는 중국에서 시작된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브랜드입니다. 스페셜티 커피란 국제적인 품질 평가 기준에서 80점 이상을 획득한 고품질 원두만을 사용하는 커피를 뜻하며, 일반적인 상업용 커피와 구분해 부르는 용어입니다. Manner는 합리적인 가격에 이 수준의 커피를 제공한다는 콘셉트로 중국 내에서 빠르게 확장한 브랜드이기도 합니다(출처: Manner Coffee 공식 사이트).
마지막 날, 와이탄을 걷다가 이곳을 찾아갔습니다. 처음에는 길이 이어지는지 몰라 다리를 건너갔는데, 막상 가보니 찾아가는 길이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았습니다. 자리가 잘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사실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 운 좋게 실내에 금방 자리가 생겼습니다. 날씨가 따뜻했다면 야외 좌석도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커피 자체는 제 경험상 평범한 편이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특별히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동방명주(東方明珠)가 통창 너머로 정말 가깝게 보이는 순간, 그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 친구들과 그 창가에 앉아 말없이 커피를 마셨던 그 시간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화장실 쪽으로 이동하는 길에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도 있어서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좌석이 많지 않은 매장에서 마작을 하며 장시간 테이블을 점유하는 손님들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인기 있는 매장인 만큼 피크 타임에는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곳을 다녀온 뒤, 제가 내린 결론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세 곳을 다시 비교해봤습니다. 맛이라는 기준만 두고 보면 릴리안 에그타르트가 압도적입니다. 오리지널 한 개를 다시 먹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도 납니다. 이건 상하이 여행 전반을 통틀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볼거리와 경험을 기준으로 한다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를 고르겠습니다. 커피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생두 로스팅과정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입니다. 로스팅(Roasting)이란 생두에 열을 가해 원두 특유의 향미 성분을 이끌어내는 공정인데, 그 과정을 눈앞에서 보는 건 꽤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상하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 그 한 가지를 고른다면 Manner Coffee입니다. 커피 맛보다 경치 맛으로 마시는 커피가 이렇게 오래 기억에 남을 줄은 몰랐습니다. 제 경험상 맛이 평범해도 어디서, 누구와 마셨느냐가 결국 더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여행지의 카페는 결국 그 도시의 분위기를 마시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릴리안 에그타르트는 상하이 어디서 살 수 있나요?
A. 제가 직접 산 곳은 신세계 지하였습니다. 상하이 주요 쇼핑몰 내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고, 단품보다는 세트 구성이 기본입니다. 오리지널과 캐러멜, 두리안 맛이 있으며 저는 오리지널을 가장 추천합니다.
Q.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상하이에서 꼭 마셔야 할 메뉴가 있나요?
A. 저희는 이 매장에서만 판매한다는 노스탤지어(Nostalgia)를 마셨습니다. 견과류의 묵직한 고소함이 인상적인 커피였고, 다른 매장에서는 맛볼 수 없다는 점이 더해져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방문 시점에 따라 한정 메뉴가 달라질 수 있으니 현장에서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Q. Manner Coffee 와이탄점은 자리 잡기가 정말 어렵나요?
A. 제가 갔을 때는 운 좋게 실내에 금방 자리가 생겼습니다. 다만 매장 자체가 크지 않고, 장시간 자리를 점유하는 손님들이 있어 피크 타임에는 대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날씨가 좋다면 야외 좌석도 있으니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세 곳 중 상하이 여행에서 딱 한 곳만 가야 한다면 어디를 추천하나요?
A. 제 경험상 딱 한 곳만 고른다면 Manner Coffee입니다. 동방명주를 통창으로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커피 맛과는 별개로 상하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맛으로 승부를 보고 싶다면 릴리 에그타르트를 절대 빠뜨리지 마십시오.
결론
상하이에서 카페를 많이 다닌 것도 아니고 디저트를 부지런히 먹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인지, 세 곳의 기억이 다른 무엇보다 선명합니다. 릴리안에서는 한국에 가져가고 싶다고 했고, 스타벅스 로스터리에서는 생두가 파이프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을 멍하니 구경했고, Manner Coffee에서는 친구들과 동방명주를 보며 말없이 커피를 마셨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는 것도 여행이지만, 결국 더 오래 남는 건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먹었느냐인 것 같습니다. 다음 상하이 방문 때는 릴리안 에그타르트 오리지널을 더 많이 사는 것부터 시작할 생각입니다. 이 세 곳 중 어디를 가든, 적어도 하나는 기억에 남는 장면이 생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