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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맛집 (로컬 식당, 미슐랭, 훠궈)

트립 루트500 2026. 8. 12. 23:47

목차


    유명 맛집만 찾아다니면 가장 맛있는 한 끼를 놓칠 수도 있다는 걸, 이번 상하이 여행에서 직접 겪어봤습니다. 미슐랭 식당에서 겨우 먹고 나오기도 했고, 아무 기대 없이 들어간 호텔 앞 식당에서 "그래, 이 맛이야" 하며 접시를 싹 비우기도 했습니다. 2박 3일 동안 먹은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봅니다.



    미슐랭보다 낮은 기대치가 더 맛있었다

    첫 끼는 상하이 라오라오(上海姥姥, Shanghai Grandmother)였습니다. 도착 시간이 점심과 저녁 사이로 애매하게 걸려서, 브레이크타임 없이 호텔에서 가까운 곳을 기준으로 골랐습니다. 홍소육(紅燒肉, 간장과 설탕으로 오래 조린 돼지고기 요리)과 수이주러우(水煮肉, 두반장 기름에 고기와 채소를 끓여내는 사천식 요리), 구라오러우, 마파두부에 공심채까지 푸짐하게 주문했는데, 솔직히 기대에 좀 못 미쳤습니다. 특히 홍소육은 제가 기억하는 맛보다 훨씬 달았고, 나머지도 평범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나마 제 입에는 매콤한 수이주러우가 제일 맞았습니다.

    알리페이와 연동해 메뉴가 자동 번역되긴 했는데 오히려 더 헷갈려서 그냥 중국어로 주문했습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음식이 다 나왔을 때 주문 내역과 하나하나 확인해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희도 빠진 메뉴가 있어서 다시 요청해야 했거든요. 반면 서비스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예전에 경험했던 중국 식당 특유의 무뚝뚝함을 생각했는데, 직원들이 꽤 친절해서 일행 모두 "서비스가 많이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미슐랭 식당으로 꼭 가보고 싶었던 우요우시엔(屋有鲜,Wu You Xian)에도 다녀왔습니다.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란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슐랭이 발행하는 레스토랑 평가 지침서로, 별 한 개만 받아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레스토랑 품질 인증 시스템입니다(출처: 미슐랭 가이드 공식 사이트). 상하이는 게요리가 유명하고, 또 게로 만든 샤오롱바오(小籠包, 얇은 피 안에 육즙을 가두어 찐 상하이식 만두)가 유명해서 기대가 컸습니다. 샤오롱바오가 나올 때마다 설명해 주시고, 종류에 따라 찍어 먹을 수 있는 다른 간장이 따라 나왔습니다. 실제로 먹어보니 생각보다 비린 맛이 강했습니다. 게살까지는 어느 정도 먹을 수 있었는데, 게알과 게 내장으로 만든 샤오롱바오는 저희 일행에게 상당히 어려운 맛이었습니다. 잘 먹기로 소문난 친구도 시킨 메뉴를 먹기는 했지만 비리다며 두 번은 못 먹겠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에 주는 레몬주스로 비린맛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레몬주스를 더 달라고 해서 계속 마셨습니다.

    결국 다들 웃으면서 "우리가 이렇게 촌스러운가, 미슐랭인데 왜 못 먹지?" 하고 한참 떠들었는데, 지금 돌아봐도 그게 그 식당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을 때 오히려 그 집에서 제일 맛있었던 건 훈툰(餛飩, 얇은 만두피에 소를 넣고 국물에 끓여낸 완탕 스타일 요리)이었습니다.

    • 상하이 라오라오: 서비스는 좋았으나 홍소육이 달아 음식 맛은 아쉬운 편
    • 우요우시엔 미슐랭: 게 내장 샤오롱바오는 비린 맛이 강해 호불호 극명
    • 두 식당 모두 훈툰이나 매콤한 단품 요리가 상대적으로 입에 잘 맞았음
    요약: 기대가 높을수록 실망도 컸고, 미슐랭 식당도 입맛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걸 직접 경험했습니다.

     

    우연히 들어간 로컬 식당이 진짜였다

    둘째 날 저녁은 원래 훠궈(火鍋, 육수가 끓는 냄비에 각종 재료를 직접 익혀 먹는 중국식 샤브샤브)를 먹을 계획이었습니다. 호텔 근처 유명 식당을 찾아갔더니 대기시간이 4시간이라고 했습니다. 고민할 것도 없이 포기하고 그냥 호텔 앞에 있는 현지 식당(外滩福满乐)으로 들어갔습니다. 평소 지나칠 때는 조용해 보였는데 토요일 저녁이 되니 사람들로 가득 찬 곳이었습니다.

    인원이 많아서 2층 원형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일반 중국요리를 중심으로 주문했는데, 음식이 하나씩 나올수록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홍소육부터 시작해서 나오는 것마다 라오라오에서 먹은 것과 차원이 달랐습니다. 일행 모두 "우리가 한국에서 그리워했던 중국 음식이 이 맛이었어"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접시를 거의 다 비웠습니다. 유명 맛집을 찾아다닌 여행에서 가장 맛있는 한 끼가 우연히 들어간 식당이라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이래서 여행은 더 즐거운 것 같습니다.

    밤 10시가 넘어서는 헌지우이치엔(很久以前) 양꼬치를 먹으러 갔습니다. 호텔 근처 지점들은 예약조차 어려웠고 가능한 곳도 두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조금 멀더라도 예약 가능한 지점을 찾아 이동했는데, 근처까지 가서도 식당을 찾지 못해 헤맸습니다. 그때 지나가는 배달 라이더에게 물어봤더니 바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제 경험상 중국에서 길을 물을 때는 라이더가 정말 최고입니다.

    어렵게 찾아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양꼬치를 처음 먹어본 친구가 "상하이에서 먹은 것 중 가장 맛있다"라고 했는데, 저도 그 말에 동의했습니다. 양꼬치뿐 아니라 가지와 부추, 옥수수, 연유빵까지 맛있었고, 서비스로 나온 오이무침과 디저트도 좋았습니다. 게다가 이마에 붙이는 쿨링 패치까지 챙겨주는 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중국 외식 업계에서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CX)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서비스 기준이 빠르게 올라왔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여기서 CX란 고객이 식당 입장부터 퇴장까지 경험하는 모든 접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 개념을 말합니다(출처: McKinsey & Company).

    마지막 날 아침에는 호텔에서 1분 거리인 따후춘(大壺春)에 들렀습니다. 오픈키친이라 셩젠(生煎, 밀가루 반죽에 고기소를 넣고 팬에 구워낸 상하이식 군만두)을 만드는 과정을 그대로 볼 수 있었는데, 커다란 팬에 셩젠을 가득 올려 굽는 모습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진한 또우장(豆漿, 콩을 갈아 끓여낸 두유 형태의 중국식 전통 음료)이 특히 마음에 들었고 셩젠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제 경우엔 고기 셩젠이 더 맛있었는데, 일행 중 한 명은 남은 이틀 아침을 모두 여기에서 해결했다고 하니 그 맛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날에는 훠궈를 먹었습니다. SMP몰 지하의 샨제 라오훠궈(杉姐老火鍋)에 들어가 테이블 QR코드로 주문했는데, 여러 명이 동시에 접속해 각자 먹고 싶은 재료를 장바구니에 담는 시스템이 정말 편했습니다. 셀프바에서 발견한 샤탕쥐(砂糖橘)는 중국 광둥 지방이 원산지로 당도가 높고 씨가 거의 없는 소형 귤 품종인데, 너무 달고 맛있어서 죄송할 정도로 많이 먹었습니다. 물론 할인도 받았고요. 아쉬운 건 비행기 시간에 쫓겨 훠궈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이었는데, 얼마나 아쉬웠던지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친구들과 "상하이에서 훠궈 제대로 못 먹었잖아"며 결국 다시 훠궈를 먹으러 갔습니다.

     

    요약: 대기 4시간짜리 훠궈를 포기하고 들어간 호텔 앞 식당이 여행 전체에서 가장 맛있는 한 끼였고, 늦은 밤 찾아간 양꼬치와 마지막 날 아침의 따후춘도 충분히 그 노력이 보람 있었습니다. 메이투안 할인 쿠폰을 사용해 할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미슐랭 식당 따후춘

    자주 묻는 질문

    Q. 상하이 라오라오 예약 없이도 갈 수 있나요?

    A. 저희는 예약 없이 방문했는데 브레이크타임이 없어서 점심과 저녁 사이에도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저녁 피크타임에는 대기가 생길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Q. 우요우시엔 게 샤오롱바오, 정말 못 먹을 정도인가요?

    A. 게 비린 맛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면 상당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희 일행도 게살 메뉴 하나 정도만 괜찮았고 나머지는 겨우 비웠습니다. 다만 훈툰은 비교적 무난하게 맛있었으니 게 요리가 부담스럽다면 다른 메뉴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게살을 수작업으로 분리하고 있으며 가격대는 제법 비싼 편입니다.

     

    Q. 헌지우이치엔 양꼬치, 예약하고 가야 하나요?

    A. 저희 경험상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호텔 근처 지점들은 예약 자체가 안 됐고 가능한 곳도 두 시간 이상 대기였습니다. 사전 예약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지점마다 예약 가능 여부가 다르니 미리 확인하고 이동하는 게 좋습니다.

     

    Q. 따후춘에서 뭘 주문하는 게 좋을까요?

    A. 제가 직접 먹어봤을 때 진한 또우장과 고기 셩젠 조합이 가장 만족스러웠습니다. 춘권은 평범한 편이었고(별로 추천 안 합니다), 훈툰도 무난했습니다. 셩젠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오픈키친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결론

    2박 3일 동안 상하이에서 먹은 것들을 돌아보면, 기대가 높았던 곳에서 실망하고 아무 기대 없이 들어간 곳에서 감탄한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유명 맛집이나 미슐랭 식당이 나쁜 게 아니라, 식문화(食文化)라는 건 결국 그 사람의 입맛과 경험이 만들어내는 맥락 속에서 평가되는 것이란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식문화란 특정 지역이나 집단이 음식을 선택하고 소비하는 방식과 그에 담긴 사회적 의미를 가리킵니다.

    다시 상하이에 간다면 유명 맛집 리스트보다 현지 사람들로 가득 찬 식당을 먼저 눈여겨볼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맛있었던 한 끼도 그렇게 만났으니까요. 상하이 음식이 궁금하다면, 완벽한 계획보다 열린 마음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입니다.

    참고: 미슐랭 가이드 공식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