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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 도시'라는 말, 저도 출발 전까지는 그냥 믿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나고야 시내를 하루 동안 돌아보고 나서는 그 말이 좀 억울하게 느껴졌습니다. 일본 3대성 중 하나인 나고야성, 400년 역사의 오스 상점가, 고요한 일본식 정원까지 — 실제로 발을 딛고 보니 반나절로는 부족한 도시였습니다.
나고야성 — '노잼 도시'의 첫인상을 바꾼 곳
'노잼 도시'라고 불리는 나고야에 일본 3대성이 있다는 사실! 구마모토성, 오사카성과 함께 일본 3대성으로 꼽히는 나고야성은 에도 시대 초기에 지어졌으며, 건설 당시 막대한 황금을 사용해 '금성(金城)'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렸습니다. 여기서 '일본 3대성'이란 역사적 중요성과 건축 규모, 보존 상태를 기준으로 일본에서 특히 가치 있다고 인정받은 세 개의 성곽을 의미합니다.
제가 직접 가보니 아쉽게도 내부는 수리 중이었습니다. 들어가지 못한다는 안내판을 보고 순간 허탈했는데, 막상 성 외곽을 걷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물이 빠진 상태이지만 윤곽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해자(垓字) — 성을 둘러싼 방어용 수로 — 와 함께 바라본 나고야성은 생각보다 훨씬 웅장했습니다. 오히려 내부보다 이 외관을 제대로 담을 수 있었던 게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마침 주말이라 성 안쪽 광장에서 프리마켓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수공예품과 빈티지 소품들을 파는 작은 장이었는데, 이런 걸 좋아하는 분이라면 하나의 여행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고야성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3월 벚꽃 라이트업인 사쿠라마쓰리(桜まつり), 여름의 요마츠리(よまつり), 가을의 국화 축제 등 연중 행사가 이어집니다. 저는 봄에 벚꽃이 피는 계절에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제법 진지하게 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500엔(한화 약 4,700원)으로,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입니다. 성을 제대로 보려면 오전 일찍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고야성 공식 정보는 출처: 나고야성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스 상점가 — 배가 고팠다면 더 좋았을 곳
오스 상점가를 두고 '400년 역사의 아케이드 상점가'라고 소개하는 글들이 많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동서남북으로 뻗은 아홉 개 거리가 얽혀 있는 대형 상점가로, 에도 시대부터 이어진 전통 상점과 현대적인 편집숍이 한 골목 안에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입니다. 여기서 아케이드 상점가란 지붕이 덮인 보행자 전용 상업 거리를 뜻하며, 비가 와도 쾌적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이미 식사를 마친 상태여서 먹거리 천국 앞에서 그냥 지나쳐야 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좀 아쉬웠습니다. 타코야키, 빙수, 버블티 가게들이 줄줄이 보였는데, 배가 부른 상태라 발길이 멈춰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빙수와 버블티는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결국 못 먹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게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길래 그냥 지나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개구리 모양 빵으로 유명한 가게였습니다. 유명한 줄 미리 알았더라면 줄을 서서라도 샀을 텐데,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먹는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상점가 초입에는 일본 3대 관음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오스칸논(大須観音)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관세음보살을 모신 이 사찰은 선명한 붉은색 외관이 인상적이었는데, 한국 사찰과 같은 불보살을 모시면서도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서 잠시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역시 이곳에서도 프리마켓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오스 상점가에서 제대로 즐기려면 이런 순서를 추천합니다:
- 오스칸논 참배로 시작해 상점가 분위기 파악
- 유명 맛집·길거리 음식 탐방 (빙수, 버블티, 개구리빵 필수)
- 세리아·빈티지숍 등 쇼핑 구역 탐방
- 여름 방문 시 세계 코스프레 선수권 대회(World Cosplay Summit) 일정 확인
오스칸논 입장료는 무료이며,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합니다. 오스 상점가 역시 별도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도쿠가와엔 — 조용한 정원, 그러나 비교의 함정
일본 여행에서 일본식 정원(日本庭園)을 빠뜨리는 건 좀 아쉬운 일입니다. 여기서 일본식 정원이란 자연 경관을 인공적으로 재현한 전통 조경 방식으로, 연못·돌·소나무·다리 등의 요소를 조화롭게 배치해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연출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나고야에는 도쿠가와 가문의 저택터에 조성된 도쿠가와엔(徳川園)이 있었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잘 가꾸어진 연못에는 제 팔뚝보다 굵은 비단잉어(錦鯉)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고, 정원 안 건물에서는 마침 소규모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우엔 바로 전 여행지였던 후쿠이의 요코칸 정원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 있어서인지, 객관적으로는 훌륭한 정원이었음에도 감흥이 예상보다 덜했습니다. 이건 도쿠가와엔의 문제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였다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정원을 처음 방문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감동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개인적으로 날씨가 선선한 봄이나 가을에,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천천히 산책하며 둘러보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연간 이용권과 월 정기권까지 판매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현지 주민들에게도 일상적인 산책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의미로 읽혔습니다.
나고야시는 도쿠가와엔을 포함한 다수의 문화재와 정원을 도시 관광 자원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관련 정보는 출처: 나고야 관광 공식 사이트(nagoya-info.jp)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나고야성 내부 관람이 불가능하면 굳이 갈 필요가 있나요?
A. 내부 수리 기간이 따로 있으니 방문 전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내부보다 해자와 외관을 함께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봄 벚꽃 시즌이라면 외관 관람만으로도 값어치가 있다고 봅니다.
Q. 오스 상점가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이 있나요?
A. 개구리빵(かえるまんじゅう)은 현지에서도 줄을 설 만큼 인기 있는 명물입니다. 저는 몰라서 그냥 지나쳤는데, 아는 분들은 다 샀더군요. 빙수와 버블티도 맛있다는 평이 많으니, 방문 전에 먹고 싶은 가게 두세 곳 정도는 미리 찾아두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Q. 나고야 당일치기도 가능한가요?
A. 도쿄나 오사카에서 신칸센으로 약 1시간 내외면 도착하기 때문에 당일치기 코스로 나고야성, 오스 상점가, 오아시스21을 묶는 분들도 많습니다. 다만 지브리 파크는 사전 예약이 필수이고, 나가시마 스파랜드처럼 반나절 이상 필요한 시설은 1박 이상을 권장합니다.
Q. 오아시스21과 나고야 TV 타워는 낮에 봐도 괜찮나요?
A. 낮에도 구조물 자체는 볼 수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야경이 훨씬 예쁩니다. 저는 차창으로만 지나쳤는데, 그때도 밤에 와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해 질 무렵 TV 타워 전망대에 올라가 나고야 시내 야경을 보고, 내려와서 오아시스21 LED 라이트업을 보는 코스를 다음 방문 때 직접 해볼 계획입니다.
결론
나고야는 '노잼 도시'라는 별명이 아깝다고 느꼈습니다. 미식 도시로서의 면모, 일본 3대성이라는 역사적 자산, 지브리 파크와 나가시마 스파랜드 같은 테마 시설까지 — 하루에 다 소화하기 어려울 만큼 콘텐츠가 촘촘한 도시입니다. 만약 자녀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레고 랜드, 나고야항 수족관 등을 방문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문제는 나고야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잘 알고 가느냐인 것 같습니다.
제가 후회한 것들은 대부분 몰라서 그냥 지나친 것들이었습니다. 오아시스21과 TV 타워는 밤에, 오스 상점가는 빈 배로, 개구리빵은 줄을 서서. 다음에 나고야에 오게 된다면 이 세 가지만큼은 제대로 챙길 생각입니다. 나고야성 봄 벚꽃 시즌도 아직 남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