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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이에서 눈밭과 나무를 실컷 봤다면, 노보리베츠에서는 땅에서 김이 올라오는 풍경을, 도야호에서는 바다같은 호수를 봤어요. 같은 홋카이도인데 하루 동안 본 풍경이 꽤 다양했어요.
붉은 오니를 지나 들어간 지옥계곡에서는 수증기 사이로 난 길을 걸었고, 쇼와신잔에서는 눈 쌓인 산을 바라봤습니다. 도야호에서는 높은 전망대에 올라 커다란 호수를 내려다봤고요.
셋 중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묻는다면 저는 망설이지 않고 도야호를 고를거예요
유명한 노보리베츠 지옥계곡은 생각보다 익숙한 풍경이었고, 별다른 기대 없이 올라갔던 도야호 전망대가 더 좋았습니다
붉은 오니를 지나 지옥계곡 안으로
노보리베츠에서는 붉은 오니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옥계곡이라는 이름에 오니까지 있으니 시작부터 콘셉트 하나는 확실했어요.
안쪽으로 들어가자 땅 여기저기에서 하얀 수증기가 올라왔습니다. 온천수가 흐르는 곳도 보였고, 산 사이에는 사람이 걸을 수 있도록 나무 데크가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습니다.
겨울이라 추웠는데 다행히 햇볕이 아주 좋았어요. 바람까지 세게 불었다면 얼른 보고 돌아왔을 텐데, 이날은 햇볕을 받으면서 걸으니 제법 걸을 만했습니다.
지옥계곡이라는 이름만 보면 뭔가 거칠고 무시무시한 풍경을 상상하게 되는데 저는 오히려 산책하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다만 풍경 자체가 아주 신기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일본의 온천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땅에서 수증기가 올라오고 온천수가 흐르는 풍경을 종종 만나게 되잖아요. 저도 그런 곳을 몇 번 다녀온 뒤라 '이런 곳이 있다니!' 할 정도의 놀라움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서 걷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계곡만 내려다보고 돌아왔다면 조금 심심했을 것 같아요. 저는 데크길을 따라 안쪽으로 걸어본 게 더 좋았습니다.
시간이 아주 부족하지 않다면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오기보다 산책로를 조금 걸어보겠습니다. 제가 갔던 날에는 계곡 자체보다 수증기가 올라오는 길 사이를 걸었던 시간이 더 괜찮았습니다.
쇼와신잔에서는...
쇼와신잔에서는 아주 간단하게 구경했습니다.
로프웨이를 타지도 않았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도 않았어요.
눈 쌓인 산을 멀리서 보고 표지판 앞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주변까지 온통 눈이어서 겨울 홋카이도에 왔다는 느낌은 충분했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쇼와신잔에 대해 자세히 알고 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산은 1940년대 화산활동으로 평지였던 땅이 솟아오르면서 만들어진 산이었습니다. 지금 모습만 보고 아주 오래된 산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역사가 짧았습니다. 미리 알고 갔다면 조금 더 유심히 봤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래도 당시 일정에서는 아래에서 보는 정도로 충분했어요.
여행지에 갔다고 해서 항상 끝까지 올라가고 모든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쇼와신잔은 눈 쌓인 산을 보고 사진 몇 장 남긴 뒤 다음 장소로 움직였습니다.
오히려 이곳에서 시간을 많이 쓰지 않았기 때문에 도야호에서 조금 더 여유가 있었던 게 저는 좋았습니다.
저처럼 쇼와신잔을 보고 사진을 남기는 정도라면 아래에서도 가능했습니다. 우스산까지 제대로 보고 싶다면 로프웨이를 이용하는 쪽이 맞지만, 일정이 빠듯하다면 꼭 넣어야 하는 코스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도야호는 좋더라!
이날 가장 좋았던 곳은 도야호였습니다.
전망대에 올라갔더니 커다란 호수가 한꺼번에 펼쳐졌습니다.
무언가 특별한 시설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체험을 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높은 곳에서 호수를 내려다봤는데 그게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날 날씨가 제대로 한몫했습니다.
하늘이 맑아서 시야가 멀리까지 열렸고,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섬들도 잘 보였습니다. 가까운 곳만 보고 끝나는 풍경이 아니라 눈길이 계속 멀리 갔어요.
호수 가운데 보였던 섬들은 나카지마였습니다.
사진도 여러 장 찍었습니다. 앞이 막혀 있지 않으니 어디를 배경으로 잡아도 호수가 넓게 들어왔어요.
제가 갔던 곳은 사일로 전망대였습니다. 도야호 서쪽 높은 곳에 자리한 전망대였습니다.
전망을 보고 난 뒤에는 안쪽 매점도 구경했습니다.
엄청 큰 매장은 아니었지만 이런 곳에 매점이 하나 있으면 은근히 재미있잖아요. 밖에서 추운 바람을 맞다가 들어가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도 여행 중 작은 재미였습니다.
지옥계곡처럼 강렬한 이름도 없었고 쇼와신잔처럼 화산 이야기가 있는 곳도 아니었지만, 저는 도야호가 제일 좋았습니다.
그날 날씨와 풍경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셋 중 한 곳을 다시 가라고 해도 저는 도야호를 고를 것 같습니다.
사일로 전망대에서는 도야호 전체와 나카지마를 넓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갔던 날처럼 시야가 좋은 날이라면 사진만 찍고 바로 내려오기보다 잠깐 여유를 두고 보는 편이 좋았습니다.
세 곳을 묶어보니 시간 배분이 중요했다
세 곳을 모두 길게 볼 필요는 없었습니다.
지옥계곡에서는 산책로를 걸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고, 쇼와신잔에서는 로프웨이를 타지 않아 짧게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도야호 전망대 역시 많이 걸어야 하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체력적으로 부담스럽지는 않았어요.
저라면 다시 같은 코스로 간다고 해도 세 곳에 똑같이 시간을 나누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옥계곡에서는 날씨가 괜찮다면 산책로를 걷고, 쇼와신잔에서는 로프웨이를 탈지 말지를 먼저 정할 것 같아요.
그리고 도야호의 날씨가 좋다면 전망대에서는 조금 천천히 있겠습니다.
결국 이 코스는 유명한 장소를 몇 개 찍고 오는 것보다 어디에서 시간을 쓸지 정하는 게 더 중요했습니다.
지옥계곡은 산책 여부, 쇼와신잔은 로프웨이 이용 여부에 따라 필요한 시간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도야호 전망대는 많이 걷지 않고도 넓은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일정 중간에 넣기 편했습니다.
노보리베츠·도야호 여행 Q&A
Q. 노보리베츠 지옥계곡 입장료는 얼마인가요?
지옥계곡 자체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지옥계곡 주차장은 승용차 기준 500엔입니다.
Q. 지옥계곡은 얼마나 걸어야 하나요?
전망대 주변만 본다면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공식 안내에 표시된 지옥계곡 산책로는 약 568m, 약 10분 정도입니다. 주변 산책로까지 연결해서 걷는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Q. 삿포로에서 노보리베츠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현재 JR 특급열차를 이용하면 삿포로역에서 노보리베츠역까지 약 1시간 15분 정도입니다. 노보리베츠역에서 온천마을까지는 버스로 약 20분 정도 더 이동해야 합니다.
Q. 쇼와신잔에서는 로프웨이를 꼭 타야 하나요?
꼭 탈 필요는 없습니다. 쇼와신잔 자체는 아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우스산 위쪽 전망까지 보고 싶다면 로프웨이를 이용해야 합니다.
Q. 도야호 사일로 전망대는 무료인가요?
현재 전망대 입장과 주차 모두 무료입니다. 도야호와 나카지마를 내려다볼 수 있고 매점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Q. 세 곳을 하루에 같이 볼 수 있나요?
렌터카나 일일투어를 이용하면 하루 일정으로 묶을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으로 개별 이동한다면 환승과 이동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일정을 조금 더 여유 있게 잡는 편이 좋습니다.
셋 중 하나만 고른다면
일본 온천 지역을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지옥계곡이 가장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화산이나 지형에 관심이 많다면 쇼와신잔과 우스산 로프웨이에 시간을 더 써도 좋고요.
저는 도야호였습니다.
볼거리가 가장 많아서도 아니고 유명해서도 아니었습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호수가 그냥 좋았어요.
여행지를 고를 때 남들이 꼭 봐야 한다는 곳과 내가 좋아하는 곳이 항상 같지는 않습니다.
이날은 그게 도야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