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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비에이 여행|눈 내린 하루 (패치워크, 청의호수, 흰수염폭포)
12월 초에 홋카이도에 가면서 제일 걱정했던 건 의외로 눈이었다.
겨울 홋카이도를 가는데 눈이 안 오면 어떡하지?
사진에서 보던 새하얀 비에이를 기대하고 가는데 눈이 별로 없으면 진짜 아쉬울 것 같았다.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다. ㅎㅎ
비에이에 도착하니 눈이 있었다는 정도가 아니라 펑펑 쏟아졌다.
점심을 먹고 잠깐 쉬는 동안에도 계속 내렸다.
나는 원래 눈을 좋아해서 신이 났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강아지마냥 눈밭을 뛰어다녔다. ㅎㅎ
이름부터 근사했던 비에이의 나무들
점심을 먹고 차를 타고 비에이의 유명한 나무와 언덕들을 보러 다녔다.
켄과 메리의 나무, 세븐스타 나무, 부모와 자식의 나무, 마일드세븐 언덕.
가기 전에는 이름만 듣고 굉장히 특별한 곳을 상상했다.
켄과 메리라니, 부모와 자식이라니. 이름부터 뭔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다.
막상 가보니 조금 의외였다.
정말 나무다. ㅎㅎ
켄과 메리의 나무도 생각했던 것처럼 거창한 관광지는 아니었다.
넓은 설원에 나무가 서 있고 사람들이 잠깐 내려 사진을 찍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풍경 때문에 나무가 더 눈에 들어왔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좋았다.
언덕 전체가 눈으로 덮여 있고 멀리 나무 몇 그루만 보이는데, 나는 유명한 나무보다 이런 풍경을 보는 시간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여름 사진을 보면 밭마다 색이 달라서 정말 조각보처럼 보이는데, 겨울에는 색이 거의 없다.
대신 끝없이 하얀 언덕이 이어진다.
그 사이로 자작나무가 길게 줄지어 서 있는 길이 있었다.
하얀 눈과 자작나무가 같이 있으니까 정말 홋카이도에 와 있다는 느낌이 났다.
유명한 나무 하나하나보다 눈 덮인 언덕과 자작나무길, 그리고 이동하면서 차창으로 보던 비에이의 설경이 더 좋았다.
눈 덮인 언덕의 부모와 자식 나무
부모와 자식의 나무는 이름을 먼저 들어서인지 더 기대했던 곳이다.
언덕 위에 부모처럼 보이는 큰 나무 두 그루가 있고 그 사이에 작은 나무가 있어서 그렇게 불린다고 했다.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작아서 조금 놀랐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훨씬 커 보였는데 멀리서 바라보니 언덕 위에 조그맣게 서 있었다.
그래도 큰 나무 사이에 작은 나무가 있는 모습이 정말 가족처럼 보여서 귀여웠다.
게다가 주변이 전부 눈이었다.
여름이었다면 초록색 밭 위에 서 있었겠지만, 내가 봤을 때는 새하얀 언덕 위에 나무만 남아 있었다.
마일드세븐 언덕도 보고 세븐스타 나무도 보고 켄과 메리의 나무도 봤는데,
하나씩 볼 때보다 여러 곳을 차로 이동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처음에는 이름 때문에 기대했는데 나중에는 이름보다 주변 풍경을 보게 됐다.
그리고 날씨가 정말 재미있었다.
어느 순간에는 파란 하늘이 보이고 사진도 꽤 맑게 나왔는데, 조금 이동하면 눈이 펑펑 쏟아졌다.
주차장에 내렸을 때는 버스와 차들이 눈 사이로 뿌옇게 보일 정도였다.
눈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힘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좋았다.
12월 초에 눈이 없을까 걱정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ㅎㅎ
유명한 나무만 보고 가는 곳이라기보다, 나무와 언덕 사이를 이동하면서 보는 설경까지 포함해서 비에이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겨울이라 완전히 달랐던 청의 호수
청의 호수는 이름 때문에 당연히 파란 물을 기대했다.
그런데 나는 한겨울에 갔다.
호수는 얼어 있었고 그 위에 눈까지 쌓여 있어서 사진에서 많이 보던 파란 호수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래도 눈 사이와 주변으로 살짝 느껴지는 푸른빛이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여름 풍경이 더 궁금해졌다.
호수 안에 나무들이 그대로 서 있는 모습도 신기했다.
잎이 무성한 나무가 아니라 가느다란 나무들이 얼어붙은 호수 안에 줄지어 서 있으니 평소 보던 호수와는 느낌이 달랐다.
여기는 여름에 한 번 더 와보고 싶다.
눈이 없는 계절에 진짜 푸른 물빛이 어느 정도인지 내 눈으로 보고 싶고,
라벤더와 꽃밭이 가득한 비에이와 후라노도 궁금하다.
그래도 어느 계절이 더 좋으냐고 지금 고르라면 나는 여전히 겨울이다.
나는 눈이 좋다. ㅎㅎ
겨울에는 우리가 사진에서 흔히 보는 파란 수면을 기대하면 안 된다. 호수가 얼고 눈이 쌓이면서 완전히 다른 풍경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여름에 다시 와보고 싶어졌다.
나는 흰수염폭포가 제일 좋았다
이날 본 곳 중에서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나는 흰수염폭포다.
사실 처음 봤을 때는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아서 조금 놀랐다.
웅장한 폭포를 상상하고 간다면 작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겨울 풍경이 정말 예뻤다.
눈과 얼음 사이로 물줄기가 여러 갈래로 떨어지는데 정말 이름 그대로 흰 수염처럼 보였다.
철제 다리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얼어 있는 부분과 흐르는 물이 같이 보였다.
주변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고 아래쪽 물빛까지 더해지니 앞에서 봤던 풍경과 또 달랐다.
나는 청의 호수보다 여기가 더 좋았다.
폭포가 엄청 크기 때문도 아니고 특별한 체험을 한 것도 아니다.
그냥 다리 위에서 한참 내려다보고 있는 그 풍경이 좋았다.
겨울 비에이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물으면 지금도 흰수염폭포라고 말할 것 같다.
흰수염폭포. 규모는 생각보다 아담했지만 눈과 얼음, 물줄기가 같이 보이는 겨울 풍경은 이날 본 곳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비에이·후라노 겨울여행 Q&A
Q. 삿포로에서 비에이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버스투어라면 삿포로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서 비에이 일대를 둘러보고 저녁에 돌아오는 하루 일정으로 생각하는 게 편하다.
현재 판매되는 투어들을 보면 오전 7시대에 삿포로를 출발해 오후 6시 전후에 돌아오는 일정이 많다.
휴게소와 관광지를 포함하면 거의 하루를 쓰는 셈이다.
Q. 비에이·후라노 버스투어 가격은 어느 정도인가요?
업체와 계절, 식사 포함 여부에 따라 차이가 크다.
현재 판매 상품을 찾아보면 1인 약 7만 원 전후의 상품부터 시작하고, 구성에 따라 10만 원 이상인 상품도 있다.
내가 갔을 당시의 가격과 지금 가격은 다르기 때문에 예약할 때 포함 사항을 확인하는 게 좋다.
Q. 패치워크 로드에서 켄과 메리, 부모와 자식 나무를 전부 내려서 볼 수 있나요?
투어마다 다르다.
현재 판매되는 일부 버스투어도 세븐스타 나무에서는 하차하고 부모와 자식의 나무나 켄과 메리의 나무는 차창으로 보는 식으로 운영한다.
어떤 나무에서 내리고 어떤 곳을 차 안에서 보는지는 예약 전에 코스를 확인하는 게 좋다.
Q. 겨울에도 청의 호수가 파랗게 보이나요?
한겨울에는 호수가 얼고 그 위에 눈이 쌓이기 때문에 여름처럼 파란 수면을 보는 것은 어렵다.
내가 갔을 때도 대부분 눈으로 덮여 있었다.
푸른 호수 자체가 목적이라면 겨울보다 다른 계절이 더 잘 맞는다.
Q. 청의 호수와 흰수염폭포는 멀리 떨어져 있나요?
둘 다 비에이 시로가네 지역에 있어서 버스투어에서는 보통 같은 일정에 묶인다.
청의 호수는 JR 비에이역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정도이고, 흰수염폭포도 함께 둘러보기 좋은 위치다.
Q. 겨울 비에이에서 렌터카와 버스투어 중 어느 쪽이 좋을까요?
나는 눈이 많이 오는 날의 비에이를 경험하고 나니 겨울에는 운전에 익숙하지 않다면 버스투어가 마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갔던 날처럼 갑자기 눈이 많이 내리면 도로 상황도 달라진다.
반대로 원하는 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면 렌터카가 훨씬 자유롭다.
Q. 12월 초에도 눈이 많이 오나요?
내가 갔을 때는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많이 왔다.
하지만 그건 내가 방문했던 날의 경험이고, 12월 초라고 해서 매년 같은 적설량을 보장할 수는 없다.
눈을 꼭 보고 싶다면 출발 직전에 비에이 현지 날씨와 적설 상황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겨울에 가서 더 좋았던 비에이
여름의 비에이 사진을 보면 나도 다시 가고 싶다.
라벤더가 피고 꽃밭에 여러 색이 들어가면 내가 봤던 곳과 같은 곳인가 싶을 정도로 다를 것 같다.
청의 호수도 제대로 파란 모습을 보고 싶다.
그래서 언젠가 여름에 한 번 더 가보고 싶다.
그래도 첫 비에이를 겨울에 본 건 잘한 것 같다.
눈이 없을까 걱정하면서 갔는데 도착하자마자 눈이 펑펑 내렸고,
차창 밖으로는 계속 새하얀 언덕이 지나갔다.
나는 신나서 눈밭에서 뛰어다녔고 엄마와 사진도 많이 찍었다.
유명한 나무들은 생각보다 소박했고 청의 호수는 기대했던 파란색이 아니었다.
그런데 흰수염폭포에서는 한참 서서 바라봤다.
완벽하게 예상했던 모습은 아니었는데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하루였다.
그리고 역시 나는 눈이 좋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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