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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아침부터 갈 곳이 많았습니다. 도쿄에서 출발하기 전에 황거 외원을 잠깐 둘러보고 하코네로 향했습니다. 사실 이날 제가 제일 보고 싶었던 건 후지산이었습니다. 일본은 여러 번 왔지만 후지산은 늘 사진이나 TV에서만 봤거든요. 그런데 후지산만 본 게 아니었습니다. 아시노코에서 해적선을 타고, 유황 냄새가 나는 오와쿠다니에서 검은 달걀을 먹고, 저녁에는 요코하마까지 갔습니다. 참 많이도 다녔네^^;
아시노코에서 해적선을 탔습니다
하코네에 도착해서 먼저 간 곳은 아시노코였습니다.
하코네 산속에 있는 큰 호수인데, 처음에는 호수를 구경하는 일정인 줄 알았는데 여기서 배를 탔습니다.
그것도 그냥 유람선이 아니라 해적선처럼 생긴 배였습니다.
호수에 웬 해적선인가 싶었어요. ㅎㅎㅎ
관광용 유람선을 해적선처럼 화려하게 꾸며놓은 건데 멀리서 배가 들어오는 모습부터 눈에 띄었습니다.
평범한 유람선이었다면 그냥 탔을 텐데 배 자체가 볼거리라 타기 전부터 사진을 찍었습니다.
배에 올라가니 아시노코가 생각보다 훨씬 크게 느껴졌습니다.
주변은 산이고 앞에는 물이 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전날에는 하루 종일 도쿄에서 지하철을 타고 건물 사이를 걸어 다녔는데 이날은 산속 호수에서 배를 타고 있었습니다.
저는 배 타는 걸 좋아해서 이런 일정이 있으면 좋습니다. 호숫가에서 보는 것과 직접 물 위로 나가는 건 또 다르잖아요.
밖으로 나가 바람도 맞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배가 움직일 때마다 보이는 산의 모양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하코네에 간다고 했을 때는 온천과 후지산 정도만 생각했는데 아시노코에서 해적선을 탄 것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배인데 어른인 저도 신났습니다. ㅎㅎㅎ
그냥 호수만 보고 갔다면 조금 심심했을 수도 있는데 배를 한번 타니 아시노코를 제대로 구경한 기분이었습니다.
눈 덮인 후지산과 오와쿠다니 검은 달걀
아시노코에서 배를 탄 뒤 드디어 후지산을 봤습니다.
꼭대기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습니다.
“아, 진짜 후지산이네.”
저는 그 생각부터 들었어요. ㅎㅎㅎ
후지산은 처음 보는 산인데도 처음 보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여행책에서도 보고, 달력에서도 보고, TV에서도 수도 없이 봤으니까요. 그래서 실제로 보면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자꾸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꼭대기에 하얗게 눈이 쌓여 있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짙어지는 모습까지 제가 알고 있던 후지산 그대로였습니다.
그림이나 사진 속에 있던 걸 실제로 보고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후지산은 날씨가 좋지 않으면 구름에 가려 제대로 보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날은 눈 덮인 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여행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후지산을 본 뒤에는 오와쿠다니로 갔습니다.
오와쿠다니는 하코네의 화산 지대입니다. 여기는 설명을 듣기 전에 냄새부터 납니다. 유황 냄새가 났습니다.
산 곳곳에서는 하얀 수증기가 올라왔고 제가 갔을 때는 뜨거운 물이 올라오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물이 부글거리고 땅에서는 김이 올라왔습니다. 열기 때문인지 주변이 아른거리는 곳도 있었습니다.
온천에는 여러 번 가봤지만 온천수가 나오는 화산 지대를 직접 걷는 건 신기했습니다.
‘여기 땅 밑은 정말 뜨겁구나.’
눈으로 보이니 신기하면서도 조금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오와쿠다니까지 왔으니 유명한 검은 달걀도 먹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껍데기가 새까맣습니다. 온천수에 달걀을 삶는 과정에서 온천수 성분이 껍데기에 붙어 검게 변한다고 합니다.
하나를 먹으면 수명이 7년 늘어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물론 실제 효능이 아니라 오와쿠다니에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하나 먹었습니다. 껍데기를 벗기면 안은 우리가 아는 삶은 달걀입니다.
그런데 맛있었어요. 쫀득하니 맛있더라고요. ㅎㅎㅎ
“그냥 삶은 달걀인데 왜 맛있지?”
역시 달걀은 온천달걀인가 싶었습니다.
검은 달걀 모형 앞에서도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가 갔을 당시에는 5개에 500엔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오래전 여행이니 지금 가격과는 다릅니다.
하코네에서 뭐가 제일 생각나냐고 하면 저는 후지산과 검은 달걀이 같이 떠오릅니다.
하나는 그렇게 큰 산이고 하나는 달걀 하나인데 말이죠. ㅎㅎㅎ

하코네에서 요코하마 차이나타운까지
하코네를 둘러본 뒤에는 요코하마로 이동했습니다.
먼저 야마시타공원 쪽을 걸었습니다.
바다 앞에는 아주 큰 배가 한 척 정박해 있었습니다. 히카와마루입니다.
1930년에 건조된 배로 실제 항로를 운항했던 여객화물선이고 지금은 야마시타공원 앞에 정박해 있습니다.
배 크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배 진짜 크다.”
아시노코에서 해적선을 타고 왔는데 요코하마에서는 또 커다란 배를 보고 있었습니다. 이날 유난히 배를 많이 봤네요. ㅎㅎ
야마시타공원도 걸었습니다.
저는 요코하마가 좋았습니다.
도쿄에서는 계속 건물 사이를 걷게 되는데 이곳은 바다가 바로 앞에 있으니 답답하지 않았습니다.
하코네에서 이미 많이 돌아다닌 뒤였는데 바닷가 길은 또 걷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으로 갔습니다.
야마시타공원에서 차이나타운까지는 가까워서 같이 둘러보기 좋았습니다.
입구부터 커다란 중국식 문이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빨간색과 금색 간판이 이어집니다. 사방에 한자가 보였습니다.
저는 중국에서 오래 생활했기 때문에 중국풍 거리 자체가 아주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조금 재미있었습니다.
일본까지 와서 중국 거리를 걷고 있으니까요. ㅎㅎㅎ
이날 하루에 본 풍경을 생각하면 정말 제각각이었습니다.
아침에는 도쿄 황거를 걷고, 하코네 산속으로 들어가 호수에서 해적선을 탔습니다.
눈 덮인 후지산을 보고 오와쿠다니에서는 유황 냄새를 맡으며 검은 달걀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요코하마 바닷가를 걷다가 중국식 간판이 가득한 차이나타운에 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일정은 여기서도 끝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시즈오카 쪽으로 내려가야 했습니다. 숙소가 오마에자키 바다 앞에 있는 온천호텔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돌아다닌 뒤라 그날은 정말 온천이 필요했습니다. ㅎㅎㅎ
자주 묻는 질문
Q. 아시노코에서는 정말 해적선을 탈 수 있나요?
A. 네. 하코네 아시노코에서는 해적선을 본떠 만든 관광 유람선이 운항합니다. 호수를 배로 이동하면서 주변 산과 호수 풍경을 볼 수 있어 하코네의 대표적인 관광 코스 중 하나입니다.
Q. 오와쿠다니 검은 달걀은 왜 검은색인가요?
A. 오와쿠다니의 온천수에서 달걀을 삶는 과정에서 온천수의 철 성분 등이 껍데기에 붙고 황화수소와 반응하면서 검게 변합니다. 껍데기만 검고 안은 일반적인 삶은 달걀과 비슷합니다.
Q. 야마시타공원과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은 같이 볼 수 있나요?
A. 네. 두 곳이 가까워 걸어서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 야마시타공원에서 항구와 히카와마루를 본 뒤 차이나타운으로 이동하는 식으로 코스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하루에 참 많이도 돌아다녔습니다
이날은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움직였습니다.
황거에서 시작해 하코네로 가서 해적선을 타고, 제가 그렇게 많이 봐왔던 후지산을 실제로 봤습니다.
오와쿠다니에서는 땅에서 김이 올라오는 곳을 걸었고 새까만 달걀도 먹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요코하마로 가서 바닷가를 걷고 차이나타운까지 갔습니다.
하루 일정이라고 하기에는 꽤 욕심을 많이 냈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어느 하나 비슷한 곳이 없어서 지루할 틈은 없었습니다.
이날 가장 좋았던 건 역시 후지산이었습니다.
눈이 하얗게 쌓인 모습을 실제로 보니 제가 일본에 와 있다는 게 그때 가장 실감 났습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건 검은 달걀이었고요.
수명이 7년 늘어난다는 말보다 쫀득해서 맛있었다는 게 저는 더 중요했습니다. ㅎㅎㅎ
요코하마까지 보고 난 뒤에는 시즈오카 오마에자키로 이동했습니다. 그곳에서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바다 바로 앞에 있는 온천호텔이었는데, 하루 종일 이렇게 돌아다닌 다음이라 온천이 더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