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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원래 도쿄 디즈니랜드에 가거나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디즈니랜드 대신 도쿄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어요. 도쿄는 이미 두 번 정도 와본 적이 있어서 유명한 관광지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마침 아사쿠사, 우에노, 긴자가 도쿄메트로 긴자선으로 이어져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천천히 돌아다니기로 했습니다. 패키지 버스에서 내려 관광지만 보고 다시 타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어요. 역 이름을 확인하고, 걷고, 다시 지하철을 타는 것까지 그날의 여행이었습니다.
아사쿠사까지 걸어가는 길
첫 번째로 간 곳은 아사쿠사였습니다.
그런데 센소지 바로 앞에서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려 강을 건너 걸어갔어요.
강 건너편에 금색 건물이 하나 보였습니다. 멀리서도 눈에 띌 정도로 반짝거렸는데 맥주 회사 건물이라고 했습니다.
아사히그룹 본사입니다.
금빛 본사 건물은 맥주잔을 형상화했고 위쪽 흰 부분은 맥주 거품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옆 건물 위에도 커다란 금색 조형물이 하나 올라가 있습니다.
저는 그것도 당연히 맥주 거품인 줄 알았습니다. ㅎㅎㅎ
그런데 거품이 아니라 불꽃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름도 ‘플람도르’, 금빛 불꽃이라는 뜻입니다. 알고 봐도 제 눈에는 맥주 회사답게 만든 조형물처럼 보이긴 합니다.
강을 건너 아사쿠사까지 걸었습니다.
저는 관광지 바로 앞에서 내리는 것보다 이렇게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걸어가는 것도 좋아합니다. 강도 보고 주변 건물도 구경하면서 걷다 보면 목적지만 보고 돌아가는 것보다 볼 게 많습니다.
아사쿠사에 가까워지니 빨간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센소지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습니다.
커다란 빨간 등과 붉은 건물이 워낙 눈에 띄어서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아사쿠사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센소지는 신사가 아니라 불교 사찰입니다.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알려져 있고, 아사쿠사를 대표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예전에도 와봤던 곳이라 하나하나 신기하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여기는 여전하네.”
사람 많은 것도 여전하고 사진 찍는 사람 많은 것도 여전했습니다. ㅎㅎㅎ
오히려 이날은 센소지 자체보다 지하철에서 내려 강을 건너 아사쿠사까지 걸어온 길이 재미있었습니다.
처음 갔을 때는 유명한 곳을 놓칠까 봐 그것만 찾아다녔는데 두 번째, 세 번째가 되니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조금 천천히 걸어도 되고 꼭 모든 걸 봐야 할 이유도 없었고요.
센소지를 한 바퀴 둘러보고 다시 지하철을 탔습니다.
겨울의 우에노공원과 긴자
다음은 우에노공원이었습니다.
우에노공원 하면 벚꽃이 가장 유명한데 저는 이상하게 벚꽃이 필 때 한 번도 와보지 못했습니다.
이날도 겨울이었습니다.
나무에 잎이 거의 없어서 벚꽃철 사진에서 보던 우에노공원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래도 걷기에는 괜찮았습니다.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 사찰과 신사도 구경했습니다. 우에노 도쇼구 주변을 지나고 시노바즈 연못까지 걸었습니다.
연못이 상당히 컸습니다.
공원 안에 있는 연못이라고 해서 아담한 정도를 생각했는데 반대편까지 제법 멀었습니다.
연꽃이 가득한 계절이었다면 더 예뻤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겨울이라 화려한 풍경은 없었지만 사람에 치이지 않고 물가를 따라 걷기에는 괜찮았습니다.
저는 여행지에서 공원 가는 걸 좋아합니다.
유명한 건축물은 사진 몇 장 찍으면 금방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공원은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걷다가 앉아 있어도 되고 길이 보이면 따라가도 되고요.
우에노에서도 그렇게 걸었습니다.
다음에 도쿄를 벚꽃철에 가게 된다면 우에노공원은 한번 더 가보고 싶습니다. 제가 본 겨울의 우에노와 얼마나 다른지 궁금합니다.
우에노에서 다시 긴자선을 타고 긴자로 갔습니다.
긴자는 큰 건물과 백화점, 명품 매장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쇼윈도는 열심히 봤지만 제가 들어가서 뭘 살 것 같은 가게들은 아니었습니다. ㅎㅎㅎ
그냥 거리를 걸었습니다.
12월이라 크리스마스 장식도 많았습니다. 긴자 미쓰코시에도 ‘Christmas 2010’ 장식이 걸려 있었습니다.
가부키 공연장도 봤습니다.
긴자에는 가부키 전용 극장인 가부키자가 있습니다. 공연을 본 건 아니고 건물을 구경하는 정도였습니다.
주변에는 큰 건물이 많은데 일본식 지붕을 얹은 극장이 있으니 눈에 잘 띄었습니다.
그렇다고 긴자가 제 취향의 관광지는 아니었습니다.
쇼핑을 좋아했다면 훨씬 재미있었겠지만 저한테는 그냥 큰 도시였습니다. 높은 건물과 비싼 상점이 많고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곳.
그래서 오래 머물지는 않았습니다.
아사쿠사와 우에노를 돌아다니느라 이미 꽤 많이 걸었고, 이날 제가 가장 보고 싶었던 건 해가 진 다음이었습니다.
오다이바에서 본 도쿄의 밤
해가 진 뒤에는 오다이바로 갔습니다.
전날에도 오다이바에 왔지만 이날은 바닷가 쪽에서 야경을 제대로 봤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자유의 여신상이었습니다.
일본까지 와서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있다는 게 조금 재미있었습니다. 뒤쪽으로는 레인보우 브릿지와 도쿄의 불빛이 이어졌습니다.
불이 들어오니 정말 예뻤습니다.
“여기도 외국인데 더 외국 같다. ㅎㅎㅎ”
그 말이 딱 맞았습니다.
일본 여행을 와서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닮은 동상을 보고 있고, 그 뒤에는 커다란 다리와 도쿄의 야경이 펼쳐져 있으니까요.
낮에 돌아다닌 아사쿠사와 같은 도쿄라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아침에는 빨간 등이 달린 센소지를 걷고, 우에노에서는 겨울 공원을 한참 걸었습니다. 긴자에서는 백화점과 명품 매장을 구경했습니다.
그리고 하루의 끝에는 바닷가에 서서 자유의 여신상과 레인보우 브릿지를 보고 있었습니다.
도쿄를 이미 두어 번 왔던 터라 이날 아침만 해도 유명한 관광지를 하나라도 더 봐야겠다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디즈니랜드 대신 지하철을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쪽을 골랐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이 선택이 좋았습니다.
놀이기구는 하나도 타지 않았지만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움직이고, 강을 건너 아사쿠사까지 걷고, 우에노공원을 돌아다니다가 다시 지하철을 타고 긴자로 갔습니다.
패키지 버스에서는 이동하는 동안 잠깐 눈도 붙이고 쉴 수 있는데 지하철로 다니면 그럴 틈이 없습니다.
역 이름 확인하고, 내려서 걷고, 다시 다음 역으로 가고.
하루 종일 많이 걸었습니다. 아마 디즈니랜드에 갔어도 많이 걷기는 마찬가지였겠죠. ㅎㅎㅎ
그래도 제가 직접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는 것 때문에 이날은 다른 패키지 일정과 조금 다르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다이바 야경까지 보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다음 날부터는 다시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였습니다. 황거를 보고 하코네로 향했고, 아시노코에서 배를 탔습니다. 그리고 여행 내내 기다렸던 후지산도 만나게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사쿠사·우에노·긴자를 지하철 한 노선으로 갈 수 있나요?
A. 네. 도쿄메트로 긴자선을 이용하면 아사쿠사역, 우에노역, 긴자역을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하루 동안 세 지역을 함께 돌아보기에도 편한 노선입니다.
Q. 아사쿠사에 보이는 금색 맥주 건물은 어디인가요?
A. 스미다강 건너편에 있는 아사히그룹 본사입니다. 금빛 건물은 맥주잔을 형상화했고, 옆 건물 위의 커다란 금색 조형물은 맥주 거품이 아니라 불꽃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Q. 우에노공원은 벚꽃철이 아니어도 괜찮나요?
A. 저는 겨울에 갔지만 공원을 걷고 사찰과 신사를 둘러보거나 시노바즈 연못까지 산책하기에는 괜찮았습니다. 벚꽃이나 연꽃이 있는 계절과는 풍경이 많이 다릅니다.
디즈니랜드 대신 선택한 하루
디즈니랜드를 가지 않은 게 아쉽냐고 하면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도쿄를 처음 방문한 것도 아니었고, 이날은 제가 가고 싶은 곳을 골라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게 더 재미있었습니다.
아사쿠사까지 걸어가면서 스미다강을 보고, 우에노공원에서는 별일 없이 한참 걷고, 긴자에서는 비싼 상점들을 구경했습니다.
밤에는 오다이바 바닷가에 서서 자유의 여신상과 레인보우 브릿지를 봤습니다.
하루 동안 본 도쿄가 참 제각각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아사쿠사까지 걸어가던 길과 오다이바의 밤이 좋았습니다. 유명한 관광지를 하나 더 봤다는 것보다 제가 직접 지하철을 타고 하루를 돌아다녔다는 게 더 재미있었고요.
많이 걸어서 숙소에 돌아왔을 때는 꽤 피곤했습니다.
다음 날 일정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황거를 시작으로 하코네와 후지산, 요코하마까지 돌아보는 날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