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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오카로 여행을 갔던 건 꽤 오래전입니다. 당시에는 시즈오카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는데, 공항에 도착하자 가이드가 이곳은 녹차로 유명하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보성 녹차밭부터 떠올렸어요. 산비탈을 따라 초록색 차밭이 이어지는 모습을 생각했는데 겨울이라 제가 생각했던 푸릇푸릇한 풍경은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일본식 정원을 걷고 녹차와 과자를 산 뒤 도쿄로 이동했습니다. 도쿄타워에서 야경을 보고 오다이바까지 갔으니 첫날부터 꽤 많이 돌아다녔네요. ㅎㅎㅎ
시즈오카 녹차와 오차노사토
시즈오카공항에 도착한 뒤 처음 간 곳은 당시 오차노사토(お茶の郷)라고 불리던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이름이 바뀌어 후지노쿠니 차의 수도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더라고요.
그때는 여기가 정확히 어떤 곳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시즈오카가 녹차로 유명하다고 하니 녹차밭을 보러 가는 줄 알았어요. 보성처럼 산을 따라 차밭이 펼쳐진 모습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억하는 건 차밭보다 정원입니다.
연못이 있고 작은 다리가 놓여 있고 안쪽으로 일본식 건물이 이어졌습니다. 규모도 제법 커서 당시에는 그냥 큰 일본 저택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이 참 좋다. 이런 데 살면 좋겠다.”
화려하다기보다 정원이 잘 정돈되어 있었고 연못과 나무, 건물이 잘 어울렸습니다. 겨울이라 나무가 앙상한 곳도 있었는데 그 모습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다시 찾아보니 오차노사토는 차를 주제로 만든 시설이었고, 현재의 박물관에도 일본식 정원과 다실이 남아 있습니다. 시즈오카에서도 이 일대는 차로 유명한 지역이라고 합니다.
이런 내용은 그때 하나도 몰랐습니다. 저한테 시즈오카는 그냥 ‘녹차가 유명한 곳’이었어요. ㅎㅎㅎ
정원을 구경하고 상점에도 들어갔습니다. 녹차로 유명한 곳까지 왔으니 녹차를 하나 사고 과자도 샀습니다.
무슨 과자를 샀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녹차 맛도 솔직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녹차와 과자를 샀다는 건 아직도 기억나요.
요즘 같으면 여행 전에 검색부터 했을 겁니다. 어떤 차가 유명한지, 뭘 사야 하는지, 사진은 어디서 찍어야 하는지까지 찾아봤겠죠. 그때는 그냥 유명하다고 하면 하나 사고, 맛있어 보이면 하나 골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여행도 편했던 것 같습니다.
시즈오카까지 갔는데 넓게 펼쳐진 차밭을 제대로 못 본 건 지금도 조금 아쉽습니다. 다시 간다면 정원만 보고 나오지 않고 차도 마셔보고, 마키노하라 쪽 차밭도 한번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시즈오카에서 도쿄타워까지
오차노사토를 둘러본 뒤에는 도쿄로 이동했습니다.
그래도 여행 첫날이라 그런지 피곤했던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도쿄에 간다는 게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도쿄에 도착해서 간 곳은 도쿄타워였습니다.
제가 갔던 당시에는 도쿄 야경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도쿄타워였습니다. 높이 333m라는 것도 유명했고 일본 드라마나 TV에서도 워낙 많이 봤던 곳이었습니다.
저녁에 전망대에 올라갔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건물 불빛이 끝도 없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원래 높은 곳에서 보는 야경을 좋아합니다. 낮에는 건물이 너무 많이 보여서 복잡한 도시도 밤에 위에서 내려다보면 예뻐 보이더라고요. 도쿄는 특히 그랬습니다.
그때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다닐 때였습니다. 야경을 예쁘게 찍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흔들리지 말라고 숨 참고 찍었는데 확인하면 또 흔들려 있고. ㅎㅎㅎ
그래서 남아 있는 사진만 보면 실제로 봤던 것보다 별로입니다. 제 사진 실력도 문제였겠지만 그때 카메라로 밤 풍경을 찍는 게 지금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사진은 조금 아쉽게 남았지만 도쿄타워에서 내려다본 야경은 기억납니다.
아침에는 시즈오카에서 연못이 있는 일본 정원을 걷고 있었는데 저녁에는 도쿄 한가운데서 야경을 보고 있었습니다. 첫날부터 시즈오카와 도쿄를 같이 보니 하루가 꽤 길게 느껴졌습니다.
오다이바와 지금은 사라진 비너스포트
도쿄타워를 보고 난 뒤에는 숙소가 있는 오다이바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다시 검색해 보니 오다이바와 붙어 있는 아리아케 쪽에서 묵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이 주변을 그냥 전부 오다이바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밤에는 비너스포트(VenusFort)에도 갔습니다.
실내인데 유럽 거리처럼 만들어 놓은 쇼핑몰이었습니다. 천장까지 하늘처럼 꾸며져 있어서 그냥 물건을 사러 가는 쇼핑몰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저도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쇼핑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글을 쓰면서 찾아보다가 비너스포트가 없어졌다는 걸 알았습니다. 1999년에 문을 열었던 비너스포트는 2022년 3월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조금 아쉽더라고요.
그때는 다음에 도쿄에 오면 또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없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겠죠.
오래된 여행 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이런 곳이 하나씩 나옵니다. 찍을 때는 별 의미 없이 남겨둔 사진인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제는 다시 찍을 수 없는 풍경이 되어 있습니다.
비너스포트를 둘러본 뒤에는 오다이바의 밤 풍경도 봤습니다. 바다 쪽으로 나가 자유의 여신상도 보고 주변을 걸었습니다.
도쿄타워에서는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봤다면 여기서는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도쿄의 불빛을 봤습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숙소에서 찍은 사진도 남아 있습니다. 창밖으로 국제전시장역과 아리아케 일대가 내려다보입니다. 당시에는 그냥 창밖이 보여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지금은 이 사진 덕분에 숙소가 있었던 위치까지 다시 찾아보고 있습니다.
시즈오카공항에서 시작해 오차노사토를 보고, 도쿄로 올라와 도쿄타워에 갔다가 오다이바까지 왔습니다.
지금 하라고 하면 첫날부터 이렇게 움직이는 일정은 조금 고민할 것 같습니다. ㅎㅎㅎ
자주 묻는 질문
Q. 오차노사토는 지금도 있나요?
A.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오차노사토라는 이름이었지만 현재는 후지노쿠니 차의 수도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오래전 여행 사진을 보고 찾아가려는 분이라면 현재 명칭으로 검색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시즈오카는 정말 녹차로 유명한가요?
A. 네. 시즈오카는 일본을 대표하는 차 산지 중 하나입니다. 특히 시마다와 마키노하라 일대에는 넓은 차밭이 있습니다. 저는 겨울에 방문해서 제가 생각했던 푸릇푸릇한 차밭 풍경은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Q. 오다이바 비너스포트는 지금도 갈 수 있나요?
A. 아니요. 제가 여행했을 때는 오다이바의 대표적인 쇼핑시설 중 하나였지만 2022년 3월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오래된 도쿄 여행 사진을 정리하다가 저도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다시 맞춰본 첫날
처음에는 이 여행의 순서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사진을 보며 맞춰보니 시즈오카공항 → 오차노사토 → 도쿄 이동 → 도쿄타워 → 오다이바였습니다.
사진을 보다 보니 잊고 있던 것도 하나씩 생각났습니다.
시즈오카가 녹차로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보성 녹차밭을 떠올렸던 것, 정원을 걸으면서 집이 참 좋다고 생각했던 것, 상점에서 녹차와 과자를 샀던 것, 도쿄타워에서 야경 사진을 찍느라 애썼던 것, 비너스포트에서 쇼핑했던 것까지요.
유명한 관광지를 몇 군데 갔는지는 오히려 사진을 찾아봐야 알겠는데 이런 사소한 일은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비너스포트가 이미 없어졌다는 걸 알고 나니 오래된 여행 사진을 버리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