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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슝 여행의 마지막 날, 저만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비행기 시간이 아주 이른 편은 아니어서 오전에는 연지담(蓮池潭)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전날 컨딩에서는 파란 하늘을 실컷 봤는데 이날은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흐렸습니다. 태풍이 대만 쪽으로 오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가오슝은 바람이 조금 부는 정도였고 비도 거의 오지 않았습니다. 덥지 않아서 오히려 걷기에는 괜찮았습니다.
용으로 들어가 호랑이로, 연지담 용호탑
연지담에 도착하니 역시 용호탑(龍虎塔)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호수 위에 두 개의 탑이 나란히 서 있고 그 앞에는 커다란 용과 호랑이가 있습니다. 사진으로 여러 번 봤던 곳인데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컸습니다.
여기는 들어가고 나오는 순서도 재미있습니다. 용의 입으로 들어가 호랑이 입으로 나오면 액운을 떨쳐내고 좋은 운을 얻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건 굳이 거꾸로 할 이유가 없으니 저도 얌전히 용의 입으로 들어가 호랑이 입으로 나왔습니다.ㅎㅎㅎ
안으로 들어가니 벽면에 여러 인물과 이야기를 표현한 장면들이 이어졌습니다. 당시에는 무슨 내용인지 자세히 알지 못해서 그냥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구경했습니다. 사진을 다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꽤 화려합니다.
탑 위에도 올라갔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구불구불 이어진 다리와 호수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연지담이라는 이름답게 물 위에는 연잎도 가득했습니다.
날씨가 맑았다면 사진은 더 화려하게 나왔겠지만, 이날은 이날대로 괜찮았습니다. 회색빛 하늘 아래 호수가 잔잔했고 바람도 불어서 천천히 둘러보기 좋았습니다. 전날 컨딩에서 햇빛을 너무 많이 받아서 그런지 저는 오히려 흐린 날씨가 반가웠습니다.
춘추각과 오리정, 호수를 따라 천천히
용호탑만 보고 돌아오지는 않았습니다. 연지담은 호수를 따라 걷다 보면 사원과 누각이 계속 나와서 생각보다 볼 것이 많았습니다.
사진을 보니 춘추각(春秋閣) 쪽도 꽤 자세히 둘러봤습니다. 용을 타고 있는 관음상이 눈에 띄었고, 중국식 누각 뒤로는 호수 안쪽까지 길게 다리가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 길을 따라가면 호수 가운데 오리정(五里亭)이라는 정자가 나옵니다. 화려한 건물이 계속 이어지는데도 이상하게 복잡하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가운데 호수가 넓게 있어서 그런지 걷다 보면 시야가 계속 트였습니다.
사진을 다시 보니 이날 탑에도 올라가고 사원 안에도 들어가 보고 호수 주변도 꽤 많이 걸었습니다. 어디를 꼭 봐야겠다고 정해놓고 움직였다기보다 길이 이어지는 대로 걸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연지담에서는 용호탑 하나만 보고 바로 돌아오는 것보다 시간이 된다면 주변을 같이 걸어보는 편이 좋았습니다. 특히 이날처럼 덥지 않은 날에는 산책하기에도 괜찮았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이라 마음이 조금 느긋했던 것도 있습니다. 이날만 지나면 저만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더 볼 곳을 찾아 서두르기보다 천천히 걸었습니다. 여행 마지막에 이런 일정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나는 먼저 귀국, 같은 날 타이베이는 달랐습니다
연지담을 둘러본 뒤에는 언니들과 헤어져 저만 먼저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같이 여행을 왔다가 혼자 먼저 돌아가는 게 조금 이상하기도 했지만 제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날 대만에는 태풍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있던 가오슝에서는 태풍이 왔다는 게 크게 실감 나지 않았습니다. 하늘이 흐리고 바람이 조금 부는 정도였고 비도 거의 내리지 않았습니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도 별문제가 없었고 비행기도 예정대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별일 없이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같은 시기에 타이베이에 있던 후배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쪽은 태풍 때문에 비행기가 아예 뜨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결국 예정했던 날 돌아오지 못했고, 지인의 도움까지 받아 어렵게 다음 항공편을 구해서 돌아왔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같은 날 가오슝에서 관광까지 하고 예정대로 비행기를 탔으니 그 이야기가 더 놀라웠습니다. 대만이 아주 큰 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남쪽과 북쪽의 상황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지금 사진을 보면 연지담 위로 잔뜩 흐린 하늘이 보입니다. 당시에는 그냥 '오늘 날씨가 흐리네' 정도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후배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날의 날씨까지 함께 기억에 남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오슝 연지담에서는 용호탑만 보면 되나요?
A. 저는 용호탑을 본 뒤 춘추각과 오리정 쪽까지 함께 걸었습니다. 용호탑만 보고 돌아오기에는 주변에 볼 것이 꽤 많았습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호수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Q. 용호탑은 용의 입으로 들어가는 게 맞나요?
A. 제가 방문했을 때는 용의 입으로 들어가 호랑이 입으로 나오는 순서로 관람했습니다. 액운을 떨쳐내고 좋은 운을 얻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해서 저도 그 순서대로 둘러봤습니다.
Q. 연지담은 여행 마지막 날 일정으로 괜찮았나요?
A. 저는 귀국하는 날 오전에 다녀왔는데 만족했습니다. 호수를 따라 걷는 일정이라 여행 마지막 날에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다만 공항으로 이동해야 한다면 시간은 넉넉하게 잡는 편이 좋습니다.
결론
사실 이번 글을 쓰기 전에는 가오슝 여행이 이렇게까지 기억날 줄 몰랐습니다. 오래전 여행이라 일정도 많이 잊어버렸고, 사진을 보면서도 처음에는 "여기가 어디였지?" 싶은 곳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계속 보다 보니 이상하게 사소한 건 기억이 나더라고요. 하루 종일 통역하느라 힘들었던 것, 등대 자석이 귀여워서 샀던 것, 야시장에서 먹을 게 마땅치 않아 결국 딤섬집을 찾아갔던 것 같은 일들입니다. 관광지 이름은 잊어버렸는데 이런 건 또 기억하고 있습니다.ㅎㅎㅎ
다시 가면 지금은 많이 달라져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한국인 관광객도 거의 만나지 못했는데 지금의 가오슝과 컨딩은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들고 가서 같은 자리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오래된 여행 사진은 역시 버리면 안 되겠습니다. 사진이 없었다면 그냥 "예전에 가오슝에 갔었지" 하고 끝났을 여행인데, 이번에는 사진을 꺼내놓고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잊고 있었던 것도 꽤 많이 생각났고요.
덕분에 오래전에 다녀온 여행을 한 번 더 잘 구경했습니다.
※ 이 글은 당시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기록입니다. 용호탑을 비롯한 관광지의 현재 운영 및 관람 상황은 방문 전에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