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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슝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 곳을 하나 고르라면 저는 치진섬을 고를 겁니다. 페리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 하얀 등대까지 올라가고, 오래된 포대를 구경하고, 망고빙수를 먹은 뒤 검은 모래 해변까지 걸었습니다. 다시 페리를 타고 가오슝으로 돌아와서는 바나나피어와 보얼예술특구까지 갔습니다. 지금 사진을 다시 보니 이날 정말 많이 걸었네요.ㅎㅎ 그런데 이상하게 힘들었다는 기억보다 등대에서 내려다본 바다와 대숲도 아닌 돌담을 열심히 찍던 제 모습이 더 먼저 생각납니다.
페리 타고 치진섬, 가장 좋았던 치허우 등대
치진섬은 구산 페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갔습니다. 오래된 기억이라 배가 정확히 얼마나 컸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제법 컸던 기억이 납니다. 짧은 거리인데도 페리를 타고 바다를 건너니 이상하게 홍콩에서 마카오로 갈 때 생각이 났습니다. 물론 거리도 배도 전혀 다르지만, 육지를 떠나 배를 타고 다른 곳으로 들어간다는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치진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치허우 등대였습니다. 그런데 선착장에서 내리자마자 등대가 보이는 건 아닙니다. 꽤 걸어야 합니다. 하하하.. 처음에는 금방 나오겠지 했는데 계속 올라가다 보니 슬슬 '여기 맞나?' 싶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등대가 언덕 위에 있으니 당연히 올라가야 하는데 그때는 그걸 왜 생각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올라가는 길이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돌길도 나오고 나무가 있는 길도 나오고, 조금씩 주변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길도 잘 정비되어 있었고 중간중간 바다가 보여 사진을 찍으며 올라갔습니다. 다만 더운 날에는 생각보다 힘들 수 있습니다. 제가 갔던 때도 꽤 더웠기 때문에 물을 챙겨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참 올라가니 드디어 하얀 등대가 보였습니다. 올라오면서 투덜거렸던 게 바로 잊힐 정도로 예뻤습니다. 새하얀 등대가 바다와 정말 잘 어울렸고 가까이에서 보니 생각보다 제법 컸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이상하게 대만에만 가면 등대를 찾아갑니다. 이때 치진에서도 갔고, 나중에 라오메이 해변에 갔을 때도 푸구이자오 등대까지 찾아갔습니다. 등대를 특별히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대만 여행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자꾸 등대가 나오네요.😆😆😆
치허우 등대는 건물 자체도 예뻤지만 저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더 좋았습니다. 치진섬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치진해변도 보였습니다. 주변을 살펴볼 수 있는 모형도 있어서 한참 들여다봤던 기억이 납니다. 여기서 사진을 얼마나 찍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등대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치허우 포대에도 들렀습니다. 솔직히 그전까지 여행하면서 포대를 일부러 자세히 본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고 옛 구조도 제법 잘 남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여기서 자꾸 돌담을 찍고 있었습니다. 나, 돌담 좋아하네.ㅎㅎㅎ 오래된 돌을 쌓은 벽도 좋았고 붉은 벽돌로 만든 부분도 예뻤습니다. 포대를 두고 예쁘다고 하는 게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랬습니다. 등대까지 왔다면 포대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같이 둘러보는 게 좋았습니다.
- 치진섬 이동: 구산 페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이동
- 치허우 등대: 선착장에서 바로 보이는 곳이 아니라 오르막과 걷는 구간이 있음
- 치허우 포대: 등대와 함께 둘러보기 좋은 위치
- 더운 날에는 물과 편한 신발을 준비하는 것이 좋음

망고빙수 먹고 검은 모래 해변, 천후궁까지
등대와 포대를 한참 돌아다니고 내려오니 이제 좀 쉬고 싶었습니다. 마침 맛있다고 알려진 망고빙수집이 있어 들어갔습니다. 오래전 여행이라 가게 이름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사진을 보니 망고가 정말 푸짐하게 올라가 있습니다. 망고에 아이스크림까지 얹어져 있었고, 한참 걷고 난 뒤라 더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만에 와서 망고빙수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죠.ㅎㅎㅎ 시원한 걸 먹고 조금 살아난 뒤에는 치진해수욕장으로 갔습니다.
치진해변은 검은 모래로 유명하다고 해서 궁금했는데 실제로 가보니 정말 모래 색이 어두웠습니다. 사진으로만 볼 때보다 직접 보면 더 신기합니다. 모래도 생각보다 굉장히 고왔습니다.
결국 신발을 벗었습니다. 바다에 왔는데 발 정도는 담가봐야죠.ㅎㅎㅎ 등대와 포대를 돌아다니느라 더웠는데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걸으니 시원하고 좋았습니다. 뭘 특별히 하지 않아도 그냥 신발을 벗고 물가를 걷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치진 천후궁이었습니다. 천후, 그러니까 바다의 여신으로 알려진 마조를 모시는 사원입니다. 그런데 저는 사원의 역사보다도 마당 위에 빼곡하게 달려 있던 빨간 등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고개를 들면 빨간 등이 가득해서 사진으로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같이 간 언니는 여기에서 아주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뭘 그렇게 빌었을까요? 다음에 만나면 한번 물어봐야겠습니다.ㅎㅎㅎ
천후궁을 둘러보고 나서는 앞에 있는 찻집에서 밀크티를 한 잔 샀습니다. 오전 내내 꽤 많이 걸어서 목이 말랐는데 시원한 밀크티를 쪽쪽 빨면서 다시 선착장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실제로 다녀보니 치진섬은 등대 하나만 보고 나오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등대와 포대, 해변, 천후궁까지 묶으면 반나절은 금방 지나갑니다. 특히 사진을 많이 찍고 중간에 빙수까지 먹으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하루 종일 치진에 있을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오전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편이 저에게는 잘 맞았습니다.
바나나피어 지나 보얼예술특구, 재미있다!
치진섬을 다 보고 다시 페리를 타고 가오슝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으로 바나나피어와 어인마두 쪽을 둘러봤습니다. 이 부분은 오래돼서 기억이 아주 선명하지는 않습니다. 분명 건물 안에도 들어가 구경했는데요.ㅠㅠ 이번에 다시 찾아보니 당시 바나나피어는 옛 바나나 창고를 활용한 관광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건물도 아마 그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여기 자체는 제 기억에 별로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사진을 보면 '아, 여기 갔었지' 하는 정도입니다. 다른 장소는 사진을 보자마자 그때 일이 하나씩 떠오르는데 바나나피어와 어인마두는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잠깐 둘러본 뒤 바로 다음 목적지인 보얼예술특구로 갔습니다.
보얼예술특구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옛 항구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공간인데 창고 사이를 걷다 보면 커다란 조형물이 계속 나오고, 건물 안에도 이것저것 볼거리가 있었습니다. 똑같은 관광지를 반복해서 보는 느낌이 아니라 걷다가 뭔가 하나씩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벽화가 재미있었습니다. 그냥 벽에 그림만 그려놓은 게 아니라 서는 위치를 잘 맞추면 사람이 그림 속에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곳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걸 발견하면 또 그냥 지나칠 수 없죠. 여기 서서 한 장 찍고, 조금 걷다가 또 한 장 찍고.ㅎㅎㅎ 사진 찍으며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다만 그늘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미 치진섬에서 등대까지 올라갔다 내려오고 해변까지 걸은 뒤라 다리도 슬슬 지쳐 있었는데 햇볕까지 계속 받으니 꽤 힘들었습니다. 더위에 약하다면 치진섬과 보얼을 하루에 무리해서 다 넣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도 같은 날 다녀온 게 좋았습니다. 오전에는 페리를 타고 치진섬에 들어가 바다와 등대를 보고, 오후에는 오래된 항구 창고 사이를 돌아다니며 조형물과 벽화를 구경했습니다. 하루 안에서 보는 풍경이 계속 달라져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다시 가오슝에 간다면 보얼은 또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다만 그때는 지금보다 좀 덜 더운 시간에 가고 싶네요.ㅎㅎㅎ
자주 묻는 질문
Q. 치진섬은 몇 시간 정도 잡으면 되나요?
A. 저는 오전에 페리를 타고 들어가 등대, 포대, 해변, 천후궁까지 둘러본 뒤 점심 무렵 다시 가오슝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진을 찍고 중간에 망고빙수까지 먹으려면 반나절 정도 잡는 것이 여유로웠습니다.
Q. 치허우 등대까지 많이 걸어야 하나요?
A. 선착장에서 바로 보이는 곳은 아니고 걷는 구간과 오르막이 있습니다. 저는 생각보다 멀다고 느꼈지만 길이 잘 되어 있고 중간중간 풍경도 좋아 크게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더운 날에는 물과 편한 신발을 준비하는 것을 권합니다.
Q. 치허우 등대와 치허우 포대 중 하나만 봐도 되나요?
A. 시간이 아주 부족하지 않다면 둘 다 보는 편을 추천합니다. 서로 가까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고, 등대에서는 바다와 치진섬 전망을, 포대에서는 오래된 돌담과 붉은 벽돌 구조물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Q. 치진섬과 보얼예술특구를 하루에 같이 볼 수 있나요?
A. 저희는 오전에 치진섬을 보고 페리로 돌아온 뒤 바나나피어와 어인마두를 지나 보얼예술특구까지 둘러봤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일정이지만 걷는 양이 많고 더운 날에는 체력 소모가 크므로 날씨와 동행자의 체력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이 여행은 벌써 오래전인데 사진을 다시 꺼내보니 의외로 기억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페리를 타고 치진으로 들어가던 순간, 등대가 왜 이렇게 안 나오냐며 계속 올라가던 길, 포대에서 돌담을 보며 사진을 찍었던 일, 신발을 벗고 검은 모래 해변을 걸었던 순간까지 하나씩 다시 생각났습니다.
가장 좋았던 곳을 하나 고르라면 역시 치허우 등대입니다. 올라갈 때는 생각보다 멀다고 투덜거렸지만 막상 위에 도착해 치진섬과 바다를 내려다보니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상하게 대만 여행만 가면 등대를 찾게 되는데, 아마 이때 치진등대가 좋았던 기억도 한몫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치진섬에서 다시 페리를 타고 돌아온 뒤 보얼예술특구까지 이어서 보니 하루도 꽤 알찼습니다. 다만 더운 계절이라면 오전에 치진섬을 먼저 보고 중간에 충분히 쉬는 것을 권합니다. 저처럼 하루 종일 걸어 다니다 보면 마지막에는 예술작품보다 그늘부터 찾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ㅎㅎㅎ
제가 다녀온 때와 현재의 페리 요금이나 운영시간, 바나나피어 주변 모습은 당시와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대신 등대까지 걸었던 거리, 실제로 많이 걸었던 코스, 더위 때문에 힘들었던 부분처럼 직접 다녀와서 느낀 것은 지금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도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