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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를 세 번 넘게 다녀온 뒤에야 처음으로 대만대학교 캠퍼스를 걸었습니다. 중정기념당도, 지우펀도 이미 가본 뒤였기 때문입니다. 그날 줄을 서서 산 누가크래커와 단숨에 비워버린 버블티, 그리고 비에 젖은 보장암 골목이 오히려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 남은 기억이 됐습니다.
오픈 한 시간 전부터 줄을 서야 했던 이유
여행에서 맛집을 위해 오픈런을 한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타이베이에서 처음으로 오픈런을 해봤답니다. 목적지는 미미크래커였는데, 도착하고 보니 오픈까지 한 시간이 넘게 남았는데도 이미 긴 줄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솔직히 도대체 다들 몇 시에 온 건지 지금도 미스터리입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도 질 수 없지!!!! ㅎㅎㅎ 한참을 기다린 끝에 결국 누가크래커를 10통이나 샀습니다. 선물도 해야 했지만, 솔직히 제가 이걸 워낙 좋아해서 넉넉하게 챙긴 이유도 있었습니다.
누가크래커(Nougat Cracker)란, 부드러운 누가 캔디를 바삭한 크래커로 감싼 과자입니다. 특히 한국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아 지금도 필수 쇼핑템이라고 하니까요. 전 이 크래커가 한국에 돌아온 뒤로는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아까워서 진짜 아껴 먹었습니다. 마지막 몇 개가 남았을 때는 먹을까 말까 한참 고민했다니까요.ㅋㅋㅋ
그런데 지금은 미미크래커, 그 맛을 다시 살 수가 없습니다.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2025년 1월에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다음에 타이베이에 가면 또 사면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여행지의 가게도 풍경도 영원하지 않다는 걸 이렇게 느꼈네요.
야자수길과 천산딩, 대만대학교 캠퍼스 산책
국립타이완대학교(國立臺灣大學)는 1928년 일제강점기에 설립된 타이베이제국대학이 전신이라고 합니다. 이는 단순한 연혁이 아니라 캠퍼스 안에 남아 있는 건축물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 종합대학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캠퍼스에 들어가기 전, 근처에 있는 천산딩이라는 버블티 가게에 먼저 들렀습니다. 제가 평생 마셔본 버블티 중에서 최고로, 가장 맛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버블티 한 잔을 다 마시지 못하는 편인데, 그날은 거의 단숨에 비워버렸습니다. 옆에서 보던 언니가 "그렇게 맛있어?" 하며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버블티를 손에 들고 걸어 들어간 캠퍼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로열팜 블러바드(Royal Palm Boulevard), 즉 야자수길이었습니다. 로열팜 블러바드란 약 100그루의 로열야자수가 길 양쪽을 따라 쭉 늘어선 대만대학교의 대표 보행로인데,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 처음에는 꽤 신선한 풍경이었고 아주 멋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캠퍼스는 "와, 너무 아름답다!" 하고 감탄이 터지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좋은 곳이었습니다. 학생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 걷고, 오래된 건물을 구경하다 보면 관광지와는 다른 속도로 걸을 수 있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저는 유명한 관광지를 하나라도 더 보겠다고 서두르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그 느림 자체가 좋았습니다.
대만대학교 야자수길의 특징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약 100그루의 로열야자수(Royal Palm)가 캠퍼스 중심 보행로를 따라 양쪽으로 늘어선 구조
- 1928년 설립 당시부터 이어진 캠퍼스 조경의 일부로, 현재까지 학교의 상징적 장소로 유지됨
- 공관역(Gongguan Station)과 가까워 버블티나 간식을 들고 접근하기 편리한 동선
- 관광지 특유의 북적임이 없어 타이베이를 이미 한두 번 가본 여행자에게 특히 잘 맞는 코스

철거 위기에서 살아남은 보장암국제예술촌
캠퍼스를 나온 뒤 쫄래쫄래 언니를 따라 보장암 쪽으로 걸었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산을 쓰고 걸어야 했지만, 오히려 그 비 때문에 그날의 분위기가 더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저는 그냥 뒤를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번듯한 대학가와는 전혀 다른 오래된 동네와 마주쳤습니다.
보장암국제예술촌(寶藏巖國際藝術村)은 단순히 오래된 마을에 벽화를 그려 관광지로 꾸민 곳이 아닙니다.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이라는 개념이 적용된 공간입니다. 보장암 일대 산비탈에는 1960~70년대부터 사람들이 직접 지은 집들이 들어섰고, 이후 도시계획으로 마을 전체가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주민과 시민·문화단체의 보존운동이 이어진 끝에 2004년 역사적 취락으로 등록됐고, 보수 작업을 거쳐 2010년 공식적으로 예술촌으로 문을 열었다고 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이 사실을 자세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냥 오래된 동네가 예술 공간이 됐다, 정도로만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찾아보고 나서 사진 속 낡은 집과 좁은 골목이 완전히 다르게 보였습니다. 없어질 뻔했던 생활공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잘 꾸며진 테마파크보다 훨씬 인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보장암국제예술촌은 공관역(MRT 신뎬선)에서 도보로 약 5~7분 거리이며, 대만대학교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사찰인 보장암(寶藏巖)은 예술촌 안쪽에 위치하는데, 제가 방문했을 때는 문이 잠겨 안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외관만 봤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지만, 내부까지 보고 싶다면 방문 전에 운영 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비에 젖은 오래된 골목과 벽화가 생각보다 잘 어울렸습니다. 맑은 날이었다면 더 편했겠지만, 사람이 적었던 덕분에 오히려 그 공간을 조용히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만대학교는 일반 관광객도 입장할 수 있나요?
A. 네, 별도 신청 없이 누구나 캠퍼스를 걸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방문했을 때도 관광객과 학생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습니다. 야자수길(Royal Palm Boulevard)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캠퍼스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Q. 보장암국제예술촌은 대만대학교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인가요?
A. 두 곳 모두 공관역(MRT 신뎬선) 인근에 위치해 있어 동선을 묶기 좋습니다. 대만대학교에서 보장암국제예술촌까지는 걸어서 10~15분 내외로, 저도 실제로 두 곳을 하루 일정에 함께 넣었습니다. 다만 보장암 쪽은 언덕을 조금 올라가야 해서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습니다.
Q. 미미크래커 누가크래커는 지금도 살 수 있나요?
A. 안타깝게도 미미크래커는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2025년 1월 폐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타이베이에 누가크래커를 파는 다른 가게들이 있기는 하지만, 미미크래커에서 샀던 그 맛 그대로를 다시 살 수는 없게 됐습니다.
Q. 타이베이 처음 가는 여행자에게도 이 코스를 추천하시나요?
A. 솔직히 말하면, 처음 타이베이라면 이 코스보다 중정기념당, 고궁박물관, 지우펀 같은 대표 관광지를 먼저 보시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대만대학교와 보장암은 타이베이를 이미 한두 번 가본 뒤, 좀 더 조용하고 다른 결의 도시를 걷고 싶을 때 어울리는 코스입니다.
결론
이날을 돌아보면 장소보다 맛과 냄새가 먼저 떠오릅니다. 아침부터 줄을 서서 산 누가크래커, 단숨에 비워버린 천산딩 버블티, 야자수길의 공기, 비에 젖은 보장암 골목. 그 어떤 것도 타이베이의 대표 관광지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미미크래커도 천산딩도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그때는 다음에 또 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도시재생으로 살아남은 보장암과 달리, 오래된 가게들은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기도 하더라고요. 여행지에서 아무렇지 않게 먹었던 것들이 어느 날 추억이 되어버리는 것이 그렇습니다. 타이베이를 두 번 이상 다녀왔고 이번에는 다른 곳을 걷고 싶다면, 대만대학교 야자수길에서 시작해 보장암국제예술촌까지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권합니다. 화려하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 기억되는 하루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