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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여행 (중정기념당, 고궁박물관, 101전망대)

트립 루트500 2026. 8. 31. 22:50

목차


    박물관 하나를 제대로 보려면 며칠이 필요하다면 믿어지시나요? 저는 처음 타이베이 고궁박물원에 갔다가 그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중정기념당 의장대 교대식부터 용산사, 시먼딩, 타이베이 101 야경까지 하루에 다 돌아본 첫 타이베이 여행. 지금 생각해도 꽤 무모하게 열심히 움직였던 하루였습니다.



    중정기념당, 기대와 달랐던 교대식

    타이베이 처음이라면 다들 가본다길래, 저도 별 고민 없이 첫 목적지로 잡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뭐였는지 아십니까? "우리나라 광화문 수문장 교대식이랑 다르네."였습니다.

    중정기념당(中正紀念堂)은 대만의 초대 총통 장제스를 기리기 위해 1980년에 세워진 국가기념시설입니다. 넓은 민주광장과 파란 지붕의 웅장한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계단을 올라가면 거대한 장제스 동상과 그가 실제로 사용했다는 올드카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동상 앞에서 의장대 교대식이 진행됐습니다. 절도 있는 동작과 제복은 분명 볼 만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규모 면에서 기대보다 단조롭게 느껴졌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금은 그 형태의 교대식 자체가 사라졌더군요. 2024년 7월부터 장제스 동상 앞 교대식은 중단됐고, 현재는 기념당 앞 민주대로에서 매시 정각 의장대 순찰과 훈련을 관람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제가 봤던 장면이 더 이상 볼 수 없는 한 장면이 되어버렸습니다. 당시엔 조금 심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 생각하면 그것도 나름 운이 좋았던 거였나 싶습니다. 높은 계단에 앉아서 찍은 사진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건물과 광장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니 그냥 서서 찍을 때랑은 느낌이 달라요.

     

    요약: 중정기념당의 의장대 교대식은 2024년 이후 형태가 바뀌었으며, 제가 봤던 동상 앞 교대식은 현재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고궁박물관, 손톱만 한 올리브 씨 안의 세계

    국립고궁박물원(國立故宮博物院)에서 제가 가장 보고 싶었던 건 취옥백채(翠玉白菜)였습니다. 취옥백채는 하나의 천연 옥 원석을 깎아 만든 배추 조각품으로, 흰색과 초록색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옥돌의 결을 그대로 살려 줄기와 잎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실제로 보니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진짜 배추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배추 잎 위에는 여치와 메뚜기 두 마리가 조각되어 있는데, 그 작은 몸체에 더듬이와 다리까지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깎았지, 하고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취옥백채보다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작품들이 따로 있었습니다. 하나는 상아 투조 동심구(象牙透彫同心球)였습니다. 투조란 조각 재료를 뚫고 파내어 입체적인 문양을 만드는 기법을 말합니다. 이 작품은 청나라 후기에 하나의 상아 덩어리를 안쪽까지 파내어 18개의 공이 겹겹이 들어 있는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각 층이 서로 분리되어 따로 돌아가도록 조각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밖에서 공을 만들어 넣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의 덩어리에서 파낸 것이라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정말 손톱만 한 배 조각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핵주(核舟)입니다. 핵주란 과일의 씨앗이나 핵 위에 조각한 작품을 뜻하는 전통 공예 장르입니다. 제가 본 작품은 청나라 건륭제 시절인 1737년, 진조장(陳祖章)이 올리브 씨 하나를 조각해 만든 것이었습니다. 배 안에는 창문이 있고 탁자가 있고 차를 마시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창문은 실제로 여닫을 수 있고, 배 안팎에 여덟 명의 인물이 새겨져 있습니다. 거기에 배 밑바닥에는 송나라 문인 소식의 「후적벽부」 전문이 작은 글씨로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저는 그 앞에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출처: 국립고궁박물원 공식 홈페이지).

    고궁박물원은 다음 일정 때문에 서둘러 나왔는데 그게 지금도 제일 아쉽습니다. 소장품 수가 방대해서 주제에 따라 전시 작품이 계속 교체되는 구조라, 한 번 방문으로 전부 볼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역사와 유물에 관심이 있다면 하루를 통째로 잡아야 한다는 걸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 취옥백채(翠玉白菜) — 옥 원석의 자연 색을 살린 배추 조각, 여치·메뚜기 두 마리 포함
    • 상아 투조 동심구(象牙透彫同心球) — 하나의 상아에서 파낸 18겹 구조의 동심원 공
    • 핵주(核舟) — 올리브 씨 하나에 배·인물·「후적벽부」 전문을 새긴 세밀 조각
    • 현재 취옥백채는 북부원 전시 중이나, 2026년 12월부터 남부원 특별전으로 이동 예정 — 방문 전 전시 위치 확인 필수
    요약: 고궁박물원의 핵심은 취옥백채만이 아닙니다. 상아 투조 동심구와 핵주처럼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를 반복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진짜 압권입니다.

     

    용산사의 향 연기, 그리고 밤의 101 야경

    고궁박물원에서 나와 다음으로 찾은 곳은 용산사(龍山寺)였습니다. 도심 한복판에 이런 사찰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는데,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온 것이 냄새였습니다. 향(香) 연기가 어마어마했습니다. 눈이 매울 정도였는데 그 안에서 사람들이 진지하게 기도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그 분위기에 이끌려 저도 열심히 따라 했습니다. 옆 사람들 하는 대로 향도 피워보고 기도를 올리고 불전함에도 돈을 넣었습니다. 뭘 빌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꽤 진지하게 빌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 풍경은 이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용산사는 대기오염 저감을 이유로 2015년부터 향로 수를 줄이기 시작했고, 2020년부터는 방문객에게 향을 제공하지 않으며 외부에서 가져온 향을 피우는 것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연기 자욱한 용산사는 이미 옛날 모습이 된 셈입니다. 지금은 그 경험 자체가 오래전 여행에서만 가능한 장면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먼딩(西門町)은 간단히 말하면 서울 명동 분위기였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많고 가게가 많고 먹거리도 많았습니다. 입구에서 빨간 벽돌 건물이 보여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게 시먼홍루(西門紅樓)였습니다. 시먼홍루란 1908년에 세워진 팔각형 건물로, 처음에는 공설시장으로, 이후에는 극장과 영화관으로 사용된 역사적 건물이라고 합니다. 제가 그때 "극장인가?" 했던 것이 완전히 틀린 직감은 아니었습니다.

    밤에는 타이베이 101(Taipei 101) 전망대에 올라갔습니다. 타이베이 101 전망대는 89층에서 타이베이 시내를 360도로 내려다볼 수 있는 실내 전망인데, 입장료가 싸지 않았지만 올라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낮에 걸어 다니던 도시가 밤이 되니 완전히 다른 풍경이 됐습니다. 저는 도시 전망대라면 가능하면 밤에 올라가는 편인데, 이날 그 판단이 맞았다는 걸 확신했습니다.

    내려오면서 불이 들어오는 타이베이 101 모형을 기념품으로 샀습니다. 매장에서 켜져 있을 때 예뻐서 충동적으로 집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켜보니 그대로 고장이 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전자 장치가 들어간 여행 기념품 앞에서는 한 박자 더 생각하게 됩니다.

     

    요약: 향 연기 가득하던 용산사는 이제 그 모습이 사라졌고, 타이베이 101 야경은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습니다. 기념품은 예뻐도 충동구매는 금물입니다.

    예전의 용산사 - 향을 피울 수 있었다

     

    자주 묻는 질문

    Q. 중정기념당 의장대 교대식, 지금도 볼 수 있나요?

    A. 장제스 동상 앞에서 진행하던 기존 교대식은 2024년 7월부터 중단됐습니다. 현재는 기념당 앞 민주대로에서 매시 정각 의장대 순찰과 훈련을 관람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으니, 예전과 같은 교대식을 기대하고 간다면 달라진 모습에 당황할 수 있습니다.

     

    Q. 고궁박물원 취옥백채, 지금 가면 볼 수 있나요?

    A. 2026년 현재 타이베이 북부원에서 전시 중이지만, 2026년 12월 8일부터 2027년 3월 7일까지는 남부원 특별전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취옥백채만 보러 방문한다면 국립고궁박물원 공식 홈페이지에서 전시 위치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용산사에서 향 피우는 체험, 지금도 가능한가요?

    A. 현재는 불가능합니다. 용산사는 2020년부터 방문객의 향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방문기에서 흔히 보이는 연기 자욱한 풍경은 이제 실제로는 볼 수 없는 모습입니다.

     

    Q. 타이베이 101 전망대, 낮과 밤 중 언제 올라가는 게 나을까요?

    A. 제 경험상 밤에 올라가는 쪽이 훨씬 인상적이었습니다. 낮에 걸어 다니던 도시가 야경으로 펼쳐지는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89층 실내 전망대에서 약 382m 높이로 타이베이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일정 마지막 코스로 잡는 것을 추천합니다.

     

    Q. 고궁박물원, 몇 시간 잡으면 충분할까요?

    A. 솔직히 말하면 하루로도 부족합니다. 소장품이 워낙 방대해서 전시 주제에 따라 작품이 계속 교체되는 구조입니다. 핵심 유물인 취옥백채, 상아 투조 동심구, 핵주 정도만 제대로 보고 싶다면 최소 3~4시간은 여유 있게 잡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첫 타이베이 여행이라 유명하다는 곳을 무작정 다녔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게 꽤 괜찮은 선택이었습니다. 중정기념당에서 의장대를 보고, 고궁박물원에서 손톱만 한 올리브 씨 안에 세계를 새겨 넣은 핵주 앞에 멍하니 서 있다가, 향 연기 가득한 용산사에서 진지하게 소원을 빌고, 101 전망대에서 야경을 내려다봤습니다. 봄 날씨에 긴팔 셔츠 하나로 하루 종일 걸어 다녔는데 덥지도 춥지도 않았습니다.

    다시 간다면 고궁박물원만큼은 하루를 통째로 비워두고 싶습니다. 제가 제일 후회하는 부분이 바로 그겁니다. 타이베이는 그 첫 여행 이후 몇 번을 더 갔는데, 그 출발점이 바로 이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