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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갈 만한 곳을 찾다 보면 "너무 걷는 곳은 힘드실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밥만 먹고 오기엔 아쉽고" 하는 고민이 생깁니다. 저도 딱 그 상황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고른 곳이 곡성 섬진강기차마을와 순천 낙안읍성이었는데, 한여름에 다녀온 직후 솔직히 느낀 건 "좋았는데 시기를 잘못 골랐다"였습니다. 두 곳 모두 추천하지만, 계절 선택만큼은 꼭 다시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섬진강기차마을과 레일바이크 — 기대보다 크고, 예상보다 힘들었습니다
기차마을이라고 하면 철길 옆에 기차 몇 대 세워둔 작은 공간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옛 곡성역사(驛舍), 장미공원, 레일바이크 코스, 놀이시설까지 갖춘 복합 관광단지에 가까웠습니다. 여기서 옛 곡성역사는 진짜 옛날 기차역 건물 그대로를 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규모가 크다 보니 "생각보다 넓어서 좋다"는 생각이 30분 만에 "이게 왜 이렇게 넓어"로 바뀌는 건 한여름에 방문했을 때 불가피한 수순이었습니다.
레일바이크도 타봤습니다. 기차마을 내부를 순환하는 약 1km 코스로, 소요 시간은 10~15분 정도입니다. 짧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한여름 땡볕 아래서 부모님과 함께 1km를 밟아보니, 중간부터는 셋 다 말수가 줄었습니다. 재미있었냐고요? 다 타고나서는 확실히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직접 타봤더니 선선한 날씨가 아니라면 체력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솔직한 후기입니다.
레일바이크라면 섬진강 풍경을 달리는 3.6km 코스를 더 먼저 떠올리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기차마을 내 1km 순환 코스와 가정역 출발 섬진강 레일바이크(출처: 곡성군 공식 홈페이지)는 엄연히 다른 코스임을 여행 전에 몰랐습니다. 검색하면 두 코스가 혼용되어 나와서 잘 몰랐습니다. 방문 전 구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증기기관차(Steam Locomotive)도 탔습니다. 기차마을에서 가정역까지 왕복하는 코스로, 정차 시간 포함 약 75분이 걸립니다. 저희가 탔을 때는 기차 안에서 교련복 차림의 분이 카트를 밀며 추억의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기차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이라 부모님과 저 모두 잠깐 신기해했습니다.
가정역에서 잠깐 내려 섬진강 다리 위에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강바람이 조금 불어서 그 순간만큼은 더위를 잊었습니다. 기차마을에서 한 가지 뜻밖의 수확이 있다면 곡성 멜론이었습니다. 곡성군 대표 농특산물 중 하나로 여름이 제철이라고 했습니다. 별 기대 없이 하나 사 왔는데 집에서 잘라먹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달고 부드러워서 더 사 올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기차마을 내 레일바이크(1km 순환)와 섬진강 레일바이크(3.6km)는 출발지와 코스가 다른 별개의 체험입니다
- 증기기관차 왕복 운행은 기차마을~가정역, 정차 포함 약 75분 소요됩니다
- 곡성 멜론은 5~11월이 출하 시기로, 한여름 방문이라면 놓치지 말고 챙겨볼 만합니다
- 장미공원 장미는 매년 5월 전후가 절정으로, 한여름에는 꽃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낙안읍성 — 사진보다 직접 걷는 게 더 좋은 곳이었습니다
낙안읍성은 제가 직접 가자고 졸라서 일정에 넣은 곳입니다. 사진에서 초가집이 마을 전체를 가득 채운 모습을 보고 꼭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낙안읍성(樂安邑城)이란 조선 시대 읍성(邑城), 즉 고을의 행정과 방어를 함께 담당하던 성곽 도시를 현재까지 보존한 사적지입니다. 쉽게 말해 수백 년 전 마을 구조가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살아 있는 역사 공간입니다.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약 290동의 초가가 현존하고, 지금도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출처: 순천시 공식 홈페이지).
들어서는 순간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컸습니다. 세트장이라면 이렇게까지 만들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만큼 초가지붕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세트장이 아니라 누군가의 실제 생활공간이라는 걸 인식하는 순간, 관광지를 구경하는 느낌과는 조금 다른 감각이 생겼습니다. 되도록 목소리도 작게 내고 발소리도 많이 내지 않으려고 사뿐사뿐 걸었습니다.^^
제가 낙안읍성에서 가장 좋았던 건 초가집 사이 돌담길을 걷는 시간이었습니다. 돌담(石垣)이 낙안읍성의 경우 초가집 경계를 따라 마을 전체에 걸쳐 이어집니다. 높지 않고 투박한 돌담 사이로 좁은 골목이 나 있고, 담장 틈에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이 꾸며놓은 느낌 없이 자연스러웠습니다. 화려하지 않은데 사진이 잘 나왔고, 따로 포토존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골목 아무 데나 서면 됐습니다.
성곽(城郭)도 올라가봤습니다. 낙안읍성의 성곽은 그리 높지 않아 오르는 데 부담이 없었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초가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아래에서 걸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시야가 생겼고, "아, 그래서 다들 여기 올라오는구나" 싶었습니다. 공식 관람 코스에도 성곽길이 별도로 안내될 정도라고 하니 꼭 올라가 보시길 추천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동헌(東軒, 조선 시대 지방 수령이 업무를 보던 건물), 객사, 옥사, 낙민루 같은 역사 건물들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돌담길에 마음을 빼앗겨 그쪽으로만 돌아다니다 나왔는데, 이번에 글을 정리하면서 다시 찾아보니 상설 전통 체험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다시 간다면 그쪽도 시간을 넉넉히 잡고 볼 것 같습니다.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낙안읍성은 건물을 빠르게 보고 나오는 관광지가 아니라 걷는 속도가 느릴수록 더 좋은 곳이라는 게 제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섬진강기차마을 레일바이크는 노약자나 어르신도 탈 수 있나요?
A. 기차마을 내 1km 순환 코스는 짧은 편이지만, 직접 페달을 밟아야 하는 구조라 체력 부담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저는 부모님과 함께 탔는데 제가 페달 대부분을 담당했습니다. 날씨가 덥거나 체력이 걱정된다면 함께 탑승하는 인원 중 페달을 충분히 밟아줄 수 있는 분이 있는지 미리 고려하시는 게 현실적입니다.
Q. 곡성 섬진강기차마을과 섬진강 레일바이크는 같은 곳인가요?
A. 다른 곳입니다. 기차마을 내 레일바이크는 공원 안을 약 1km 순환하는 코스이고, 섬진강 레일바이크는 가정역에서 출발해 강변을 따라 달리는 3.6km 코스입니다. 두 코스 모두 검색에 잘 노출되다 보니 혼동하기 쉬운데, 출발지도 다르고 풍경도 다릅니다. 방문 전에 어느 쪽을 탈지 미리 구분해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Q. 낙안읍성은 어느 계절에 가는 게 가장 좋나요?
A. 봄이나 가을이 좋다는 의견이 많고, 저도 직접 여름에 다녀온 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읍성 내부는 그늘이 많지 않고 걷는 구간이 상당해서, 한여름에는 더위가 꽤 변수가 됩니다. 반면 가을 선선한 날씨라면 돌담길과 초가지붕 풍경이 훨씬 여유롭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저는 다음에는 가을로 잡을 생각입니다.
Q. 낙안읍성은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나요?
A. 맞습니다. 관광용으로 만든 재현 마을이 아니라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생활 공간입니다. 약 290동의 초가가 현존하고 그 안에서 실제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람 시 주민 사생활을 배려하는 매너가 필요하고, 저 역시 그 점을 의식하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결론
곡성 섬진강기차마을과 순천 낙안읍성, 두 곳 모두 부모님과 함께 가기에 충분히 좋은 여행지였습니다. 단, 두 곳 모두 야외에서 걷는 시간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어 방문 시기가 만족도를 크게 좌우합니다. 제가 직접 한여름에 다녀와 보니, 좋았던 기억과 더웠던 기억이 정확히 반반이었습니다.
다시 간다면 기차마을은 장미축제가 열리는 5월에, 낙안읍성은 초가지붕이 가을빛을 받는 계절에 가고 싶습니다. 일정을 고민 중이라면 봄이나 가을을 먼저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곡성에 간다면 멜론은 꼭 사 오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그게 이번 여행 최고의 수확이었습니다.
참고: 곡성군 공식 홈페이지, 순천시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