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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패키지여행 마지막 날 일정을 별로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전날 화이트샌듄과 레드샌듄, 요정의샘까지 돌아다니다 폭우까지 맞았으니 몸이 먼저 집을 원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마지막 날이 이번 여행에서 괜찮은 추억으로 남는 하루가 됐습니다. 무이네를 떠나 호치민으로 돌아오는 길, 용과농장부터 핑크성당, 시티투어버스까지 — 기대 없이 갔다가 예상 밖으로 좋았던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용과 농장, 먹는 것보다 보는 게 더 신기했다
일반적으로 용과 농장은 패키지 일정에서 그냥 지나치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무이네 호텔에서 여유 있게 준비를 마치고 첫 번째로 들른 곳이 바로 용과 농장이었습니다. 솔직히 용과(Dragon Fruit)를 마트에서 잘라 놓은 것이나 과일 가게에서 파는 것으로만 봤지, 나무에서 어떻게 자라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보니 나무 자체가 꽤 독특했습니다. 알로에처럼 생긴 길고 두꺼운 초록색 줄기가 아래로 축 늘어지고, 그 끝에 붉은 용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습니다. 과일 하나보다 나무 구경에 더 시간을 쏟았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저는 용과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번 베트남 여행에서는 조식에도, 식사 후 과일로도 계속 나와서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었는데 — 역시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농장에서 직접 열린 모습을 보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여행에서 이런 소소한 발견이 의외로 기억에 남더라고요.
- 용과나무는 선인장과 식물로, 알로에와 비슷한 형태의 줄기 끝에 열매가 달림
- 농장 방문 시 시식 기회가 있지만, 현지에서 먹어도 국내 맛과 크게 다르지 않음
핑크성당과 중앙우체국, 외관만으로도 충분할까
호치민 시내 관광에서 핑크성당과 중앙우체국은 빠지지 않는 코스입니다. 일반적으로 두 곳 모두 내부까지 둘러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가 방문했을 때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우선 떤딘성당(Nhàthờ Tân Định), 흔히 핑크성당이라 불리는 이곳은 1876년에 건립된 네오고딕(Neo-Gothic)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이라고 합니다. 분홍색 외관 덕분에 호치민에서 가장 사진이 잘 나오는 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사진이 잘 나오기도 하고 색도 예뻤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내부 관람이 불가능한 시간대였습니다. 처음엔 아쉬웠는데, 길 건너편에서 바라봤더니 오히려 건물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구도가 더 예뻤습니다. 내부가 중요한 곳이 아니라 외관이 핵심인 성당이었던 거죠.
사이공 중앙우체국(Bưu điện Trung tâm Sài Gòn)은 1891년에 완공된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대표 건축물로, 지금도 실제 우체국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높은 아치형 천장과 오래된 지도, 목재 전화부스가 그대로 남아 있어 건물 자체가 하나의 역사 기록물입니다(출처: 베트남 관광청). 제가 직접 들어가봤는데, 안에서 올려다보는 천장 구조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치형의 높은 천장이 유럽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게 했습니다. 목재 전화부스도 분위기를 한층 더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상상도 못한 일이 있었습니다. 중앙우체국 외부 화장실이 유료였는데 관리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유료 시설이라면 그에 맞는 관리가 따라줘야 하는데 — 그게 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심지어 유료라니! 이 주변을 관광할 계획이라면 화장실은 근처 카페나 식당에서 미리 해결하는 편이 낫습니다.
노트르담 성당은 중앙 우체국 맞은편에 있었는데 아쉽게도 복원 공사 중이었습니다.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도 들어가 볼 수가 없었습니다. 2027년에 완공 예정이라 하니 그때 간다면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겠죠. 성당 앞 광장에는 성모 마리아상이 있는데 성당과 함께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호치민 떤딘성당- 핑크성당
시티투어버스, 해 질 무렵이 답이었다
이번 마지막 날 일정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단연 시티투어버스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시티투어버스는 관광지를 빠르게 훑는 이동 수단 정도로 여기는 분들도 있는데, 탑승 시간대에 따라 경험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시티투어버스(City Tour Bus)는 지붕이 없는 2층 구조로 운행하는 관광용 버스를 말하는데, 걸어서 이동할 때와 달리 높은 시점에서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제가 탔을 때는 마침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대였습니다. 2층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고, 낮의 호치민과 불이 켜지기 시작하는 야경을 동시에 볼 수 있었습니다. 강 위의 다리를 건너고 건물 사이를 달리는 동안 노을빛이 도시 전체에 깔리는 게 꽤 운치 있었습니다. 낮에 그렇게 덥고 정신없던 호치민이 이 시간에는 전혀 다른 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인민위원회 청사(Ủy ban Nhân dân Thành phố Hồ Chí Minh) 앞에서는 관광객이 워낙 많아 사진을 찍으면서도 '별로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돌아와 사진을 보니 의외로 예뻤습니다. 해질 무렵의 따뜻한 빛이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었고, 사람 많은 거리도 오히려 활기차 보였습니다. 여행 중에는 몰랐다가 나중에 사진으로 발견하는 순간이 있는데, 여기가 딱 그랬습니다.
다른 팀보다 출국 시간이 늦어 두 시간 정도 자유 시간이 생겼을 때도, 저는 관광지를 하나 더 보러 가기보다 한국식당 주변 상점들을 천천히 구경하며 보냈습니다. 여행 마지막에는 그런 여유가 더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핑크성당 내부 관람이 안 되면 가도 의미가 있나요?
A. 제 경험상 내부보다 외관이 핵심인 곳이라 충분히 갈 만합니다. 일반적으로 내부까지 둘러봐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길 건너편에서 분홍색 외관 전체를 담는 사진이 훨씬 예쁘게 나옵니다. 운이 좋으면 내부도 볼 수 있으니 시도는 해보되 기대치는 낮추는 편이 좋습니다.
Q. 호치민 시티투어버스는 언제 타는 게 가장 좋나요?
A. 제가 직접 타봤을 때 해 질 무렵, 즉 오후 늦은 시간대가 가장 좋았습니다. 낮 시간에는 햇볕이 강해 오픈탑 2층이 꽤 덥고, 한낮 도시 풍경도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면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시간에는 바람도 시원하고 낮과 야경을 동시에 볼 수 있어 체감 만족도가 훨씬 높았습니다.
Q. 호치민 중앙우체국, 노트르담 대성당 같이 돌아볼 수 있나요?
A. 두 곳이 바로 맞은편에 있어서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 다만 노트르담 대성당은 복원공사가 진행 중인 기간에는 내부 관람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내부 입장이 불가능했습니다. 방문 전에 공사 현황을 미리 확인하고 일정을 잡는 편이 낫습니다.
Q. 패키지 선택관광, 이름만 보고 신청해도 될까요?
A. 저는 이번 여행에서 그렇게 했다가 후회했습니다. 무이네 나이트투어를 신청했는데, 나이트투어라는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잠깐 걷고 펍에서 맥주를 마시는 정도였습니다. 선택관광은 상품명 외에 실제 이동 장소, 포함 내용, 소요 시간을 꼭 확인하고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마지막 날 일정을 돌아보면, 기대가 낮았던 것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용과 농장은 유명 관광지가 아니었지만 과일 하나가 자라는 방식을 직접 본 경험이 신선했고, 시티투어버스 2층에서 맞았던 해 질 무렵 바람은 지금도 떠오릅니다. 반면 기대했던 내부 관람은 두 곳 모두 하지 못했습니다. 여행지 정보는 미리 파악해 두되,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다른 걸 발견하면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3박 5일 밤비행기 패키지는 일정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마지막 날 관광 후 밤새 이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체력 소모가 꽤 컸습니다. 선택관광도 이름보다 실제 내용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걸 이번에 다시 배웠습니다. 그래도 결국 여행은 즐겁습니다. 아쉬운 것도 시간이 지나면 그냥 이야기가, 추억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