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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달랏이 이렇게 시원한 곳인 줄 몰랐습니다. 나트랑에서 3시간 반을 달려 도착했는데, 내리자마자 공기가 다르다는 걸 바로 느꼈습니다. 해발 약 1,500m의 고원도시답게 습도도 낮고 기온도 확연히 달랐습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몸 상태가 영 좋지 않아 하루 내내 컨디션 관리를 해야 했습니다. 랑비앙 언덕부터 야시장까지, 빡빡한 일정 속에서 제가 직접 겪은 달랏 하루를 정리해 봤습니다.
랑비앙 언덕, 지프투어를 선택한 이유
패키지여행의 선택관광을 두고 "어차피 바가지니까 전부 빼는 게 낫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른 입장입니다. 동남아 패키지를 몇 번 다녀보니 선택관광을 다 빼고 나면 정작 그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이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도 어느 정도는 한다고 생각하고 달랏에 들어갔습니다.
랑비앙 언덕에서의 선택관광은 SUV 지프를 타고 정상 근처까지 올라가는 코스였습니다. 랑비앙(Lang Biang)은 달랏 북쪽에 위치한 해발 약 2,167m의 산으로, 달랏을 대표하는 전망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차에서 내리니 아래로 달랏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는데, 빽빽한 고층 빌딩 대신 알록달록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생각보다 훨씬 아기자기하고 예뻤습니다.
이곳에는 랑과 비앙이라는 두 연인의 슬픈 전설이 전해진다고 합니다. 그 영향인지 연인 조형물, 기차 포토존, 별 모양 조형물 등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사진 찍을 시간도 넉넉하게 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찍었는데,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별 모양 조형물이었습니다. 별 사이에 앉아서 찍은 사진이 생각보다 예쁘게 나와서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동남아 패키지에는 유독 SUV를 타고 산을 오르는 체험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막상 탈 때마다 풍경은 항상 달라서 크게 실망한 적은 없었습니다.
다딴라폭포와 알파인코스터, 무서웠지만 재미있었다
점심으로 항아리밥과 닭요리, 모닝글로리 볶음 등 여러 현지 음식을 먹었습니다. 특히 밥이 맛있었습니다. 동남아에서 흔히 나오는 퍽퍽하고 날리는 안남미가 아니라 찰기가 있어서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았습니다. 그런데 이 무렵부터 속이 더 불편해졌습니다. 함께 간 일행은 아예 거의 먹지 못할 정도였고, 저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로 다음 일정을 이어갔습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다딴라폭포(Datanla Falls)였습니다. 다딴라폭포는 달랏 시내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계단식 폭포로, 달랏의 대표적인 자연 관광지 중 하나입니다. 웅장한 규모는 아니었지만, 가까이 다가서서 보니 충분히 폭포다운 느낌이 났습니다. 물소리도 생각보다 시원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일정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폭포 자체가 아니라 알파인코스터(Alpine Coaster)였습니다. 알파인코스터란 산악 지형의 선로 위를 개인 카트를 타고 내려오는 놀이기구로, 스키장의 슬로프를 썰매로 내려오는 것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직접 레버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2인승이라 일행과 함께 탔는데, 솔직히 저는 겁이 많이 났습니다. 속도를 내면 선로 밖으로 튕겨 나갈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들어서 브레이크를 반복해서 잡았습니다. 그래도 오르막을 자동으로 올라가고 내리막에서 속도감이 붙을 때는 충분히 스릴이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놀이기구는 처음에 무서워서 천천히 타도 내려오고 나면 한 번 더 타고 싶어지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코스터를 타고 내려오자 폭포가 보이는 카페가 있었고, 가이드가 베트남 연유커피를 한 잔씩 사줬습니다. 연유커피(Càphê sữa đá)는 진하게 내린 베트남식 드립커피에 달달한 연유를 넣고 얼음을 채운 음료로, 베트남 여행에서 빼놓기 어려운 메뉴입니다. 몸 상태가 별로였는데도 그 순간 마신 연유커피는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폭포 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한 잔이라 그런지 유독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 알파인코스터는 2인승 탑승 가능, 직접 속도 조절 가능
- 코스 중간에 자동 카메라가 사진을 찍으며, 내려와서 마음에 들면 구매 가능
- 코스터 종착점 근처 카페에서 폭포를 바라보며 연유커피 음용 가능
- 다딴라폭포는 달랏 시내에서 차로 약 5~10분 거리에 위치

죽림선원 스톤볼 분수와 달랏 기차역
죽림선원(Trúc Lâm Zen Monastery)은 달랏 외곽의 호수 옆에 위치한 베트남 불교 선원입니다. 선원이라고 하면 조용하고 한산할 것 같지만, 실제로 가보니 관광객이 꽤 많이 찾아오는 곳이었습니다. 잘 가꿔진 정원과 커다란 불상이 인상적이었는데, 솔직히 제 눈길을 더 끈 건 불상 앞에 있는 스톤볼 분수였습니다.
스톤볼 분수는 물이 흐르는 압력을 이용해 커다란 돌을 공중에 띄워 빙글빙글 돌리는 구조물입니다. 여기서 수압 부양(Hydraulic Levitation)이란 물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압력 차이로 무거운 물체를 떠올리는 원리로, 쉽게 말해 물이 돌을 받쳐서 공중에 뜨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무리 봐도 신기했습니다. 무거운 돌이 공중에 떠서 도는 모습은 처음 보는 분들은 대부분 한참 멍하니 바라보게 됩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실제로 옆에 서서 보면 어떻게 저 무게가 뜰 수 있는지 한참 고민하게 됩니다.
죽림선원에서 내려올 때는 케이블카를 이용했습니다. 케이블카 승강장 주변에 귀여운 미니어처 모형들이 곳곳에 놓여 있어서 기다리는 시간 동안 사진을 제법 찍었습니다. 관광지 본체보다 이런 소소한 공간이 더 기억에 남을 때가 많습니다. 이날도 그랬습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에는 달랏 기차역(Đà Lạt Railway Station)으로 이동했습니다. 달랏 기차역은 1932년에 완공된 유서 깊은 건축물로, 베트남에서 가장 오래된 기차역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Vietnam National Administration of Tourism). 기차를 직접 타지는 않았지만 역사 앞과 기차 옆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낮보다 해 질 무렵의 빛이 역사의 오래된 외관과 잘 어울려서 사진이 꽤 잘 나왔습니다.
달랏 야시장 쇼핑과 반짱느엉
달랏 야시장(Đà Lạt Night Market)은 달랏 중심부에 위치한 야외 시장으로, 저녁부터 늦은 밤까지 현지 음식과 기념품, 의류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합니다(출처: Vietnam National Administration of Tourism). 베트남 여행을 준비하면서 미리 조사해 두었던 게 있었는데, 야시장 근처 약국에서 살 만한 제품들이었습니다. 목캔디인 스트렙실(Strepsils), 바르는 진통제, 보습 크림 등을 미리 리스트업해 두었고 실제로 가서 다 구입했습니다. 가격은 한국보다 확실히 저렴했습니다.
전날 담시장에서 처음 먹어본 망고젤리가 너무 맛있어서 이번에는 무려 10 봉지를 샀습니다. 선물용과 제가 먹을 것을 합쳐서 넉넉하게 산 건데, 사고 나니 가방이 꽤 무거워졌습니다. 베트남 캐슈너트(Cashew Nut)도 함께 구입했습니다. 캐슈너트은 열대성 기후에서 자라는 견과류로 베트남이 세계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만큼 품질이 좋고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제가 직접 먹어보니 고소함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시장을 한참 구경하다 출출해질 때쯤 가이드가 반짱느엉(Bánh Tráng Nướng)을 한 판씩 사줬습니다. 반짱느엉은 얇은 쌀전병 위에 달걀, 파, 새우, 소스 등 다양한 토핑을 올려 숯불에 구워 만드는 음식으로, 흔히 '베트남 피자'라고 불립니다. 쉽게 말해 얇은 피자 도우 위에 현지식 재료를 올려 구워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뜨끈하게 갓 구워 나온 걸 바로 먹으니 하루 종일 좋지 않았던 속이 조금 편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이날 하루는 정말 쉬지 않고 뭔가를 먹었습니다. 조식, 항아리밥 점심, 연유커피, 반짱느엉, 그리고 호텔 들어가기 전에 또 간식. 미식 여행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직접 몸으로 확인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달랏 패키지 여행에서 선택관광은 꼭 해야 하나요?
A. "선택관광은 무조건 바가지"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제 경험상 전부 빼면 정작 그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이 빠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랑비앙 지프투어나 알파인코스터처럼 현지 선택관광이 아니면 접근이 쉽지 않은 체험도 있으니, 일정을 보고 하고 싶은 것은 하는 편이 후회가 적습니다.
Q. 달랏에 가면 고산병 증상이 생길 수 있나요?
A. 저도 달랏 도착 후 두통과 울렁거림이 있었는데, 달랏이 해발 약 1,500m의 고원도시라는 걸 감안하면 고도 변화의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고산증(Altitude Sickness)이란 높은 고도에서 산소 분압이 낮아져 두통, 메스꺼움 등이 나타나는 증상을 말합니다. 나트랑처럼 해수면에 가까운 도시에서 이동하는 경우 가볍게라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물을 충분히 마시고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Q. 달랏 야시장에서 뭘 사는 게 좋나요?
A. 저는 베트남 캐슈넛, 망고젤리, 약국 제품(스트렙실, 바르는 진통제)을 위주로 샀는데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캐슈넛은 베트남이 세계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만큼 품질이 좋고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사전에 살 목록을 미리 정해 가면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Q. 알파인코스터가 무섭지는 않나요?
A. 겁이 없는 분들에게는 물론 별거 아닐 수도 있는데, 저처럼 겁이 많은 편이라면 처음에는 브레이크를 잡게 됩니다. 그래도 속도를 낮게 유지해도 충분히 스릴과 재미가 있어서 탑승 후 후회한 적은 없었습니다. 직접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오히려 안심이 됐습니다.
결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채로 시작한 달랏 하루였지만, 정리하면 랑비앙의 아기자기한 풍경, 겁을 내면서도 끝까지 탔던 알파인코스터, 폭포 앞에서 마신 연유커피, 야시장 쇼핑까지 생각보다 훨씬 알찬 하루였습니다. 몸이 힘들어도 일정은 계속되는 게 패키지여행의 특성이지만, 그 덕분에 억지로라도 움직여서 좋은 장면들을 많이 남길 수 있었습니다.
달랏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선택관광 목록을 미리 검토하고, 야시장에서 살 물건 리스트는 사전에 정리해 가는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나트랑 같은 저지대에서 이동할 계획이라면 고산증 증상에 대비해 물을 충분히 챙기는 것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mall.hanatour.com/trp/pkg/CHPC0PKG0200M200?pkgCd=AVP321260902LJJ&prePage=major-produ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