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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와이탄 야경은 밤 10시 이후면 조명이 꺼집니다. 그 사실을 모르고 갔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었는데, 제가 직접 가보니 타이밍을 잘 맞춰야 이 도시의 진짜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콘데 바 5층에서 황푸강을 바라보며 꼬치를 씹던 그 밤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콘데 바 예약, 메일 주고받기만 세 번
처음에는 불가리 바와 콘데 바 사이에서 꽤 고민했습니다. 불가리 바는 47층이고 콘데 바는 5층. 높이만 놓고 보면 비교가 안 되는 것 같지만, 저는 처음부터 콘데 바 쪽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높은 곳에서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는 야경은 다른 여행에서도 몇 번 봤지만, 황푸강과 푸동을 거의 눈높이에서 마주 보는 느낌은 어떨지 궁금했거든요.
그래도 혹시 몰라 불가리 바에도 예약 요청 메일을 먼저 넣었습니다. 창가 좌석을 원했는데, 그 자리는 1~2인 전용이라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도 맞지 않았고요. '그냥 콘데 바로 가라는 뜻인가 보다' 싶었습니다. 콘데 바에는 제가 직접 중국어로 예약 메일을 보냈습니다.( 영어로 보내도 된다고 합니다.)
콘데 바 예약은 실내석 기준으로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었습니다. 다만 시간과 날짜를 조율하느라 메일을 여러 차례 주고받았는데, 생각보다 답장이 빨리 와서 다행이었습니다. 혹시 다른 시간대가 가능할까 싶어 친구는 따종디엔핑(大众点评)으로도 예약을 시도했습니다. 거기서도 예약이 가능했고 예약은 방문 일주일 전부터 열렸습니다. 중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느낀 건데, 따종디엔핑을 사용할 수 있으면 식당이나 카페를 찾을 때 확실히 편합니다. 중국어를 몰라도 앱 UI만 따라가면 충분히 예약이 가능했습니다.
- 불가리 바(47층): 창가 좌석은 1~2인 전용, 인기 많아 조기 예약 필수, 메일 예약 가능
- 콘데 바(5층): 실내석은 메일 예약 가능, 날짜·시간 조율 필요
- 따종디엔핑 예약: 방문 일주일 전 오픈, 중국어 몰라도 가능
- 공식 예약 채널: 메일 또는 따종디엔핑 앱 두 가지 병행 추천
와이탄 야경, 눈높이에서 보니 달랐습니다
콘데 바에 도착해 안내를 받고 들어가니 실내가 생각보다 아담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안내받은 자리는 꽤 큰 테이블이었고, 창밖으로 황푸강과 와이탄(外滩)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각자 원하는 칵테일도 한 잔씩 주문하고, 메뉴판을 보다가 '라즈베리'가 들어간 항목을 과일 디저트인 줄 알고 시켰는데, 나온 건 파르페였습니다. 그런데 한 입 먹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맛있더라고요. 모둠 꼬치도 주문했는데 호텔 주방답게 재료가 부드럽고 손질이 깔끔했습니다. 주방이 오픈되어 있어서 음식을 만다는 모습을 슬쩍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라이브 공연이 시작됐을 때는 정말 신났습니다. 바로 옆 자리에서 라이브 무대가 펼쳐졌고, 제법 긴 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실내석을 선택한 게 그때 가장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경만 보고 가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라이브 공연까지 즐겼습니다. 거대한 창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황푸강이 더 가까이 보여 사진 찍기는 좋았지만 밤이고 강가라 바깥은 바람이 꽤 매서웠습니다. 저는 다시 가도 실내석을 고를 것 같습니다. 따뜻하게 앉아 있다가 사진을 찍을 때만 밖으로 나가는 게 딱 좋았습니다. 야경과 라이브 공연과 음식을 동시에 즐긴 밤이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화장실이었습니다. 전반적인 만족도가 워낙 높았던 탓에 화장실이 더 도드라져 보인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부분만 아니었다면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외백도교 야경, 걸으면서 보는 상하이
콘데 바에서 나와 호텔로 걸어가는 길이 그날 밤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외백도교(外白渡橋)를 건너면서 야경을 보게 됐는데, 이 다리가 단순한 보행 통로가 아니었습니다. 외백도교는 1908년에 완공된 상하이 최초의 철교로, 아르누보 양식의 철재 트러스 구조가 특징인 근대 문화유산이라고 합니다. 문화유산이라니!!!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다리 위에 서니 왜 이곳이 배경으로 선택됐는지 바로 이해가 됐습니다.
외백도교 위에서는 우정 박물관(邮政博物馆) 건물도 시야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다리를 건너 이어지는 와이탄 산책로가 호텔까지 쭉 이어졌습니다.
낮의 와이탄과 밤의 와이탄은 완전히 다른 도시처럼 느껴집니다.
와이탄 산책로에 기념품 샵도 있습니다. 친구가 선물을 고르는 동안 저는 밖에서 강을 보고 있었는데, 마지막 날 날씨가 흐렸음에도 오히려 그 흐린 하늘이 운치 있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콘데 바 예약, 한국에서 미리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중문 또는 영문 메일로 날짜·시간·인원을 적어서 보내면 답장이 꽤 빨리 옵니다. 따종디엔핑 앱을 이용하면 방문 일주일 전부터 예약이 열리는데, 중국어를 몰라도 앱 화면만 따라가면 충분히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Q. 콘데 바 실내석과 야외석 중 어디가 나은가요?
A. 날씨가 춥거나 더울 때는 실내석을 권합니다. 강가라 밤에는 바람이 세서 야외는 꽤 춥습니다. 실내에서 야경을 보다가 사진 찍고 싶을 때만 잠깐 나갔다 들어오면 되고, 라이브 공연도 실내에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실내석이라고 뷰가 아쉽지도 않았고요.
Q. 와이탄 야경 조명은 몇 시에 꺼지나요?
A. 대략 밤 10시 이후부터 조명이 순차적으로 꺼지기 시작합니다. 성수기나 특별 행사 기간에는 더 늦게까지 켜두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너무 늦으면 화려한 야경을 보기 어렵습니다. 콘데 바 예약 시간을 감안해서 산책 동선을 미리 짜두는 게 좋습니다.
Q. 불가리 바 47층 야경과 콘데 바 5층 야경, 뭐가 다른가요?
A.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야경과 눈높이에서 마주 보는 야경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높은 곳에서 보면 도시 전체가 미니어처처럼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느낌인 반면, 5층 콘데 바에서는 황푸강과 와이탄이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은 현실감이 있습니다. 저는 그 현실감 있는 야경이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Q. 외백도교에서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있나요?
A. 다리 중간 지점에서 강 쪽을 향해 찍으면 양쪽으로 야경이 담기고, 철재 트러스 구조가 프레임 역할을 해줘서 구도가 자연스럽게 잡힙니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낮에 오면 다리 자체의 근대 건축미가 잘 보이고, 밤에 오면 조명을 받은 철교가 또 다른 분위기를 냅니다.
결론
상하이는 야경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금빛의 와이탄과 무지갯빛 푸동 지구가 황푸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풍경은, 낮의 회색빛 와이탄과 극적으로 대비돼서 더 강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친구들은 이틀 모두 루프탑에서 야경을 보자고 했지만, 결국 콘데 바 한 곳에서 제대로 즐긴 게 오히려 잘된 것 같습니다.
요즘은 상하이에 스카이라운지(Sky Lounge)나 루프탑 바처럼 고층에서 야경을 즐기는 장소가 정말 많습니다. 더 비싸고 더 화려한 선택지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고층 야경을 여러 번 경험해 봤다면, 눈높이에서 보는 야경도 한 번쯤 선택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