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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짠 일정은 우리들에겐 실현 불가능한 일정이었습니다. 함께 하고 싶은 곳을 일정표에 하나하나 넣다 보니 상당히 빡빡한 일정이 완성됐습니다.사진 한 장 찍으려고 멈추고, 걷다가 눈에 들어오는 가게에 들어가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 두시간은 훌쩍 지났습니다. 결국 저희는계획한 곳을 전부 보는 대신 그날 함께 보기 좋고 움직이기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다녔습니다.예원, 동방명주, 상하이 타워처럼 이미 가본 곳은 과감히 뺐습니다. 2박 3일동안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 무엇이 계획과 달랐는지 날짜별로 정리해 봅니다.

1일 차: 홍차오공항 - 난징루 - 와이탄
홍차오공항에 오후 늦게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두고 나오니 이미 늦은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첫 식사를 하고 난징루로 향했습니다.
난징루에서는 목적지를 정해 놓지 않고 천천히 걸으며 구경했습니다. M&M's 대형 매장에도 들어가 보고, 샤오바이투 가게도 구경했습니다. 길거리에서 오징어 꼬치와 망고도 사 먹었습니다. 특히 별 기대 없이 샀던 망고가 엄청나게 달아서 아직도 그 맛이 기억에 남습니다.
신세계 백화점 지하에서는 릴리안 타르트를 샀습니다. 오리지널, 캐러멜, 두리안 맛, 세 가지를 다 먹어봤는데 역시 오리지널이 제일 맛있었습니다.
디저트와 카페에 관한 이야기는 따로 정리하도록 하고 첫날 동선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난징루를 충분히 둘러본 뒤 야경을 보러 이동해야 했는데 이미 처음 세웠던 계획이 크게 틀어져있었습니다.
원래 걸어갈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난징루에서 예상보다 오래 머물렀고, 이미 꽤 많이 걸은 상태였습니다. 저녁 야경 예약 시간까지 있어서 결국 디디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GPS가 제대로 작동이 안 됐는지 기사가 저희를 찾지 못했습니다. 거의 20분 가까이 주변을 맴돌았고 전화 통화도 할 수 없어서 문자로 겨우 위치를 맞춰야 했습니다. 이 일 이후 우리는 택시를 호출할 때마다 위치를 두 번씩 확인하게 됐습니다. 이 20분이 얼마나 초조하던지요! 그래도 예약 시간에는 맞출 수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리젠트 상하이 호텔의 콘데 바에 서 와이탄 야경을 봤습니다. 높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야경과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건물들이 눈앞에 가까이 보였고 날씨까지 맑아서 첫날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됐습니다.
돌아올 때는 외백교(外白渡橋)를 건너 밤 산책을 하면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첫날부터 꽤 많이 걸었지만 야경 덕분인지 지치는 줄도 몰랐습니다.
2일 차 오전: 현지식 아침 - 스타벅스 로스터리
둘째 날 아침은 지엔빙(煎餅) , 훈툰(馄饨), 떠우장(豆浆), 셩지엔(生煎)등을 먹었습니다.
그다음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Reserve Roastery) 상하이점으로 이동했습니다. 여기서 일정이 또 틀어졌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구경한 뒤 바로 이동할 생각이었는데, 실제로는 사진을 찍느라 한 시간 넘게 머물렀습니다.
마침 사람이 많지 않았고 일행이 준비해 온 토퍼까지 있어서 건너편 건물과 루이호를 배경으로 계속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실 여행 전에 일정을 짤 땐 이런 시간을 길게 잡지 않았습니다. 카페 30분~1시간이라고 계획해도 더 머무를 수도 있고, 기대했던 관광지에서는 오히려 짧게 머무르다 나오기도 합니다. 이래서 자유여행이 좋은 거지만요.
- 스타벅스 건물 맞은편 루이비통 아트 배 조형물이 포토스팟으로 유명
- 노스탤지어 등 상하이점 한정 시그니처 음료 별도 운영
- 입장은 무료지만 주말·성수기에는 대기가 생길 수 있음
2일 차 오후: 우캉 맨션 - 우요우시엔, 티엔즈팡 - 현지 식당
로스터리에서 우캉제(武康路)로 이동했습니다.
우캉 맨션(武康大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주변 골목을 걸었습니다. 난징루와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랐습니다.
저는 유명 건물 자체도 좋았지만 이런 골목길을 걷는 시간이 더 좋았습니다.
점심은 미슐랭에 등재된 우요우시엔(屋有鲜)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유명한 곳이라 기대가 컸는데 제 입맛에는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상하이에서 먹었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맛집 글에서 따로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점심 후에는 티엔즈팡(田子坊)으로 이동했습니다.
원래는 이곳도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었지만 이미 많이 걸은 상태라 오래 머물지 못했습니다.
이쯤 되니 이번 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도상 가까워 보이는 장소를 여러 개 묶어서 계획을 짜는 것과 실제로 그곳을 즐기며 여유롭게 둘러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것. 그리고 저와 친구들의 여행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요.
사진을 찍고 가게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식사를 하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하루에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저녁 식사는 호텔 근처에서 눈에 들어오는 현지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미리 찾아 놓은 맛집도 아니었는데 의외로 음식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식사 중 하나였습니다.
저녁 후에는 따룬파(大润发) 마트에 들렀습니다.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현지 마트에 간식과 필요한 물건을 구경하는 것도 자유여행의 묘미니까요.
마트까지만 가고 하루를 마무리하기엔 너무 아쉬워서 헌지우이치엔(很久以前) 양꼬치 체인점까지 갔습니다.
정말 많은 일을 하고도 우리는 또 방에 모여 수다를 떨었답니다!
3일 차: 따후춘 - 낮의 와이탄 - 마지막 식사, 그리고 귀국
마지막 날 아침은 호텔에서 1~2분이면 갈 수 있는 따후춘(大壺春)에서 시작했습니다.
아침 후에는 다시 와이탄으로 나갔습니다.
첫날밤에 이미 봤던 그 장소인데, 낮에 보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첫날에는 야경을 보느라 건물의 조명에 집중했다면, 낮에는 건물 자체와 거리가 더 잘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날이라 새로운 관광지를 하나 더 넣기보다는 마음에 들었던 곳을 다시 천천히 걷는 편을 선택했습니다.
와이탄에서 매너 커피(Manner Coffee)까지 걸어갔습니다. 여기에서 또 한참 수다를 떨고 사진을 찍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이번 여행은 계속 이런 식이었습니다. 계획표에는 30분이라고 써 놨지만 우리는 언제나 1시간을 넘겼습니다.ㅎㅎ
마지막 식사는 훠궈(火鍋)로 든든하게 먹었습니다.
이후 호텔로 돌아와 짐을 챙겨서 체크아웃하고 공항으로 이동했고, 우리의 짧은 여행을 마쳤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하이 2박3일이면 주요 관광지 다 돌 수 있나요?
A. 솔직히 말하면 다 돌기는 어렵습니다. 저희도 처음부터 예원, 동방명주, 상하이 타워는 일정에서 뺐습니다. 사진 찍고 밥 먹고 걷다 보면 이동 시간이 두 배는 걸립니다. 하루에 지역 하나를 중심으로 잡고 주변을 여유롭게 보는 방식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Q. 상하이에서 디디(滴滴) 쓸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A. 실제로 GPS 오류로 기사가 호출 위치를 못 잡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전화 통화도 힘들고 문자로 소통해야 하는데, 중국어가 안 된다면 더 난감합니다. 호출 후 출발 전에 문자나 채팅으로 위치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Q. 한국인 상하이 무비자 입국, 실제로 얼마나 편한가요?
A.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으니 출발 전 준비 부담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느낀 것 중 가장 여유로웠던 건 '그냥 가자'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공항에서 별도 심사 없이 입국하니 동선도 간단했습니다. 단, 무비자 체류 가능 일수를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처음에는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때문에 오히려 일정을 더 촘촘하게 짰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로 하는 편이 더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에 핵심 지역을 하나 정하고, 그 주변을 함께 보는 방식이 우리에겐 더 잘 맞았습니다.
첫날은 난징루와 와이탄, 둘째 날은 난징서로와 우캉제 일대, 마지막 날은 와이탄 주변.
덕분에 계획했던 모든 장소에 가지는 못했지만 여행이 체크리스트를 완성해야 하는 숙제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상하이는 사진을 찍고 싶은 장소도 많고 걸어보고, 들어가고 싶은 가게도 많았습니다. 식사 시간, 커피 타임까지 생각하면 예상한 것보다 실제 일정은 훨씬 미뤄지고 취소됐습니다.
하지만 다시 여행 일정을 짠다고 해도 관광지를 더 추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계획표에서 빠진 장소보다 난징루에서 사 먹은 망고, 스타벅스에서 한 시간을 넘게 보낸 것, 우연히 들어간 식당...
이것처럼 계획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같이 상하이에 왔다는 사실이었습니다!